매일신문

[설렘과 신비의 대륙 남미를 가다] <9>파타고니아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

원시의 만년설을 간직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문명의 이기가 비켜간 곳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원시의 만년설을 간직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문명의 이기가 비켜간 곳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파타고니아 위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물 날듯한 감동

◆ 옥빛 호수와 설산초원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비행기로 3시간쯤 날아 산티아고 남쪽 약 2,200km에 위치한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 항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칠레 최남단의 중심 도시이자 남극으로 가는 첫 관문으로 전진 기지 이기도 하다.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남쪽으로 112㎞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어촌마을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에서부터 시작된다.

남미 여행을 와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보고 가지 않으면 남미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이 곳 또한 죽기 전에 보아야 할 버킷리스트 10위 안에 들어 있는 곳이다. 세계 3대 트래킹 코스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은 원시의 자연과 화강암 등으로 이루어진 푸른빛의 지형들이 빚어내는 장엄하고 신비로운 풍경들이 여행자를 유혹한다.

원시의 땅에도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려 여행자들이 타고온 차들이 빠져 길을 막고 있어도 즐겁기만 하다.
원시의 땅에도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려 여행자들이 타고온 차들이 빠져 길을 막고 있어도 즐겁기만 하다.

나도 올 때는 일정 구간을 트레킹을 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런 폭설로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은 때론 욕심을 버리고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 버스 투어는 100㎞에 이르는 공원의 빙하와 호수, 강 등 대자연이 빚어내는 장관을 돌아본다.

토레스델 파이네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산책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원시의 모습을 볼수 있다.
토레스델 파이네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산책길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원시의 모습을 볼수 있다.

공원 횡단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하며, 전체적인 비경을 돌아보는 맛도 좋다. 원시적이고 농밀한 페오에(Pehoe)호수와 신비하고 장엄한 그레이(Grey)빙하에서 빙하가 떨어져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그레이 호수는 꼭 한번 가볼만 하다. 버스투어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안전하게 짧은 시간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문명의 이기가 비켜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걷다보면 불쑥불쑥 마주치게 되는 야생동물중 과나카의 우아한 자태
문명의 이기가 비켜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걷다보면 불쑥불쑥 마주치게 되는 야생동물중 과나카의 우아한 자태

겨울 풀들이 자리한 길옆 산에는 아메리카 타조인 얀두와 사슴처럼 생긴 과나코라는 동물들이 한가하게 눈을 헤치고 풀을 찾고 있다. 문명의 이기가 비껴간 이곳 대자연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길을 가다가도 쉽게 마주치게 된다. 저 멀리 만년설로 덮여 하얀 드레스를 걸친 듯한 토레스 델 파이네, 파타고니아는 전 지구상에서 태곳적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이다. 빙하가 녹은 물은 쪽빛을 자랑하는 크고 작은 호수와 맑은 강물로 흘러들어가 폭포를 타고 흐른다. 이곳은 아직 개발이란 이름으로 사람의 손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오래된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이 마지막 희망처럼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옥빛이면서도 빙하와 호수가 보여주는 색 조화는 그저 신비롭고 경이롭기만 하다.
옥빛이면서도 빙하와 호수가 보여주는 색 조화는 그저 신비롭고 경이롭기만 하다.

은빛 여우가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눈위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지구상 가장 큰 새 콘돌과 검은 대머리 독수리가 날고 있다. 옥색의 그란데(Grande)폭포와 세 개의 봉우리 중 가장 우뚝 솟은 파이네 그란데(Paine Grande)등 암석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설산, 빙하가 녹아내린 호수가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모험을 꿈꾸는 여행자들이 겸손을 배우고,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보여주는 이곳에서 미약한 인간의 힘과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는 다가갈수록 대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버스는 눈 내리는 산길을 돌아 그레이 호수가는 입구에 닿았다. 하얗게 덮힌 길을 산책하며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웅장한 백색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먼발치로 그레이 빙하도 보인다. "이곳을 보지 않고 지구의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라."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 중 가장 아름다운 빙하로 꼽히는 청옥빛의 경이로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 중 가장 아름다운 빙하로 꼽히는 청옥빛의 경이로운 페리토 모레노 빙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색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

원시의 땅에도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려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는 길이 하룻동안 폐쇄되었다. 덕분에 내린 눈길에 이방인들과 눈싸움도 하고 파타고니아의 설경을 덤으로 만끽했다.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네 시간 정도를 가면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El Calapate)라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Perito Moreno Glacier)를 만나기 위해 베이스 캠프로 삼는 북유럽의 시골 같은 느낌의 작은 도시다. 여기에서 버스로 한시간 반 정도 가면 거대한 안데스 산맥의 봉우리로 둘러싸인 페리토 모레노 빙하를 만나게 된다. 1877년 프란시스코 파스 카시오 모레노가 발견하고, 1981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모레노 국립공원의 빙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빙하다.

빙하가 형성되는 2,500m의 고도에 비하면, 페리토 모레노 빙하의 고도는 1,500m에 불과하다. 저지대임에도 이곳에 빙하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남극과 가까운 극한의 추위가 얼음대륙을 만들었지만,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파타고니아 남부의 빙하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단다. 알래스카의 빙하도, 알프스의 빙하도, 히말라야의 빙하까지도, 극지방을 제외하고 인간이 접근할 수 있는 빙하 중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가장 아름다운 빙하로 꼽힌다.

버스에서 내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빙하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서 빙하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아!!! 가슴과 눈에 모두 담을 수 없는 옥색의 거대한 빙하가 병풍처럼 펼쳐져 감탄사를 토하게 한다. 입구의 전망대에서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해 볼 수 있다. 페리토 모레노 빙하는 총 길이가 약 35㎞, 폭 5㎞, 높이가 70m이나 빙하의 특성상 수면 밑에 더 많이 잠겨 있어 빙하의 전체 높이는 170m에 달한단다. 우리나라 수원시의 2배, 울릉도의 3배 면적이나 된다.

다른 길로 들어서니 웅장한 모레노 빙하 위로 구름을 비집고 햇살이 비치고 있다. 또다른 진한 푸른빛의 빙하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여러 갈래의 트레킹코스마다 모레노 빙하의 색다른 모습을 볼수 있다. 변덕스런 파타고니아의 날씨를 피해 전망대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정적 속에서 빙하의 붕락이 만드는 엄청난 굉음과 거대한 물보라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새로운 우주가 생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같은 옥빛이면서도 빙하와 호수가 보여주는 색 조화는 그저 신비롭기만 하다. 모레노 빙하는 엄청난 크기의 빙하도 놀라웠지만, 예고 없이 쩌렁쩌렁한 굉음을 내며 무너지는 빙하의 모습이 마치 빙하 속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원시동물이 포효하는 소리 같이 들리고, 지구의 자연환경이 무너지는 소리 같기도 해서 가슴이 메어져 오기도 했다.

신비하고 드라마틱한 파타고니아의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느끼며, 지구의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Ushuaia)로 향 한다

안용모 자유여행가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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