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는 예로부터 '위생 해충'으로 불렸다. 6개의 침돌기가 있는 주둥이를 혈관에 찔러 넣을 때 타액도 함께 주입하는데 이때 각종 병원균이 인체에 들어온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한 번쯤 모기가 매개한 각종 질병에 걸리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다.
대표적인 모기 감염 질병은 말라리아다. 전 세계에서 매년 500만 명 넘게 말라리아로 고통받는다는 보고다. 급성 뇌염을 일으키는 일본뇌염도 주요 모기 감염 질병이다. 백신 접종으로 많이 줄었으나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빨간집모기는 여전히 경계 대상이다.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는 뎅기열과 황열병 등 여러 위험한 질병의 주범이다. 이 모기종은 소두증 신생아 출산으로 큰 충격을 준 2015년 브라질 지카바이러스 사태 때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학명에 붙은 '에이데스'(Aedes)는 그리스어로 '불쾌한'이라는 뜻이다.
얼마 전 미 환경보호국(EPA)은 바이오 기업 모스키토메이트의 세균을 이용한 '천적 모기' 시판을 승인했다. '볼바키아 피피엔티스'라는 박테리아를 가진 이 수컷 모기의 표적은 흰줄숲모기다. 이 모기가 야생 흰줄숲모기와 교배하면 수정란이 부화하지 않는데 아예 번식을 못 하게 해서 박멸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람은 물지 않는다. 곤충학계에서는 모기에 대적하는 비화학적 방법으로 높게 평가하는 동시에 앞으로 매우 중요한 모기 근절 대책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지자 요즘 모기 구경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돈다. 난방 때문에 1년 내내 모기가 눈에 띄면서 '제철 없는 모기'로 불리는 현실에서 이례적이다. 7월 초 중부 지방의 폭우로 모기 수정란과 유충이 씻겨 내려간 데다 최근 불가마 더위에 모기 개체수가 급감한 탓이다.
모기는 23~28℃의 습한 환경을 좋아하고, 14~41도 사이에서만 성충으로 활동한다. 그런데 올해 극심한 무더위가 닥치면서 사람은 물론 모기에게도 최악의 환경이 되고 있다. 옛말에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마련이랬는데 '살문' 더위에 불쾌함은 줄었으니 본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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