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력수요 폭증하자 결국 원전에 손 내민 '탈원전 정부'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자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앞당기기로 했다. 현재 원전 24기 중 가동 원전은 21일 발전을 재개한 한울 4호기를 포함해 17기다. 한수원은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8월 둘째, 셋째 주인 전력 수요 피크 기간 이전에 다시 가동할 계획이다.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 정비 시점은 전력 수요 피크 기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원전 추가 가동으로 지난 3월 53%까지 떨어졌던 원전 이용률을 8월 80%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지난주까지 정부는 원전을 16기만 돌리고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풀가동하면서 전력 수요에 대응해왔다.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고 발전단가가 비싼 석탄과 LNG로 버텼지만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정부는 원전에 SOS를 요청했다. 탈원전을 선언해놓고 어려울 땐 원전에 기대는 상황이 자기모순이고, 아이러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원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직접 밝혔다. 하지만 원전 대안으로 추진되는 태양광발전은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는 등 문제가 드러났다. 원전 자체는 물론 원전 대신 어떤 에너지원을 대안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탈원전이 결정된 탓에 비싼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다.

탈원전을 비롯 국가의 에너지정책을 다시금 면밀하게 따져보는 게 맞다. 멀쩡한 원전을 두고 비싸고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에너지원을 쓰는 것은 국가적으로 낭비다. 실익적 관점에서 에너지정책 전반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점을 원전 재가동은 일깨워주고 있다. 임기 5년인 정부가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에 대못을 박아선 안 된다는 탁견에 문 대통령과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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