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청내에서만 하루 10㎞ 이상을 걷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경북도청 구두미화원의 아내 김정애(52) 씨. 김 씨는 도청 본관과 별관, 경북도의회 건물 내 사무실 곳곳을 구두 수집과 배달을 위해 오가며 하루에만 2만 보 이상을 걷는다.
한 걸음을 작게 50㎝로만 계산해도 10㎞를 훌쩍 넘는다. 구두닦이 경력 40년이 넘는 남편 전상홍(59) 씨와 함께 지난 2016년 9월부터 도청 내 구두수선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도청 공무원들 사이에서 '칸트'로 불린다.
철학자 칸트가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같은 시간에 산책을 나가 주변 사람에게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듯이 김 씨는 요청한 시간에 반드시 구두를 닦아 돌려주기 때문이다.
비결은 김 씨의 비상한 기억력에 있다. 그는 도청 공무원 중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구두 모양과 브랜드만 봐도 어느 부서 누구의 구두라는 것을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이런 김 씨에게 큰 근심거리는 곧 다가올 정기인사이다. 단골들이 부서를 옮기면 기억 속 지도를 고쳐야 하기 때문에 인사철이 다가오면 도청 공무원보다 더 긴장한다.
김 씨는 "원하는 시간에 늦지 않게 닦아서 전달하는 게 철칙이다. 회의, 출장 등 공식 자리에 나가기 직전에 구두를 닦아 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시간은 꼭 지킨다"며 "이를 위해선 배달 위치와 동선을 짠 뒤 최단 거리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두 평 남짓한 구두수선실에서 부부가 하루에 닦는 구두 수는 50켤레가량. 봉고차를 타고 청송, 군위 등 북부지역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일할 때보다 하루에 소화하는 수는 적지만, 돌아다니며 겪는 피로는 훨씬 줄었다.
도지사가 바뀌면서 이들에게 또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신임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간편복과 운동화를 주로 신기 때문이다. 도청 공무원들도 덩달아 자율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으면 손님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남편 전상홍 씨는 "하루 150켤레 정도를 기대하고 도청에 들어왔는데 조금 아쉬운 면은 있다"며 "정장을 입고 다니는 공무원이 늘어 손님이 많아졌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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