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연극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아니 사실 과거에도 다양성은 존재해왔다. 이탈리아의 'Commedia dell'arte'(arte:기술, Commedia:희극)가 가면을 이용하여 다양성을 유지하고, '순환극'(Cycle play)가 공간을 보는 시점을 순환하며 다양성을 유지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텍스트 위주의 공연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현재에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배우들 중에는 텍스트가 있지 않으면 연기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나는 텍스트를 벗어나 즉흥적인 요소와 신체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연극을 주로 하는 편이다. '나의 것이 맞다'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서커스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하여 성공한 실제적 예도 있지 않은가. 1984년에 '기 랄리베르테'(Guy Laliberté)의 주도로 창단된 태양의 서커스의 이야기이다. 거리예술가들로 시작한 그들은 세련된 형태의 서커스를 고민하다가 연극적 요소를 도입하여 '종합 극장'(Total theatre)의 형태를 띠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현재는 그야말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시기는 2006년 대학생 시절의 일이다. 연극과를 다니던 나는 대사법, 호흡법 등을 훈련하며 연기의 꿈을 키워가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그 해 3월 개강을 하면서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교수가 전혀 다른 연기법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폴크방 예술대학에서 '신체극'(Physical Theatre)을 전공한 그 교수는 몸으로 우선 움직여보라며, 연기의 신체성과 즉흥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도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즉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대사 위주의 공연들이 주류를 이뤘으며 '어떻게 대사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당시 좁은 시야의 필자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사실 연극은 다양한 표현양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 텍스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편이다. 연극의 3요소가 '무대, 관객, 배우'인데도 말이다.
우리는 다양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기에 주류를 이루는 대사극의 형태도 유지하면서도, 신체극·음악극·서사극·넌버벌극·무용극·마임극·거리극 등 다양한 형태의 연극에 도전하여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이 유지된다면, 대구는 공연예술의 도시로 한발 더 다가 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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