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IB 교육 모습 및 도입 과제
IB 교육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지식을 재구성해 오랜 시간 서술하고 토론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즉 객관식, 단답형 시험 위주의 수업에 익숙한 우리 교육의 전면적인 개선을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IB 교육의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 양성 과정, 대학 학생 선발 등 교육 전 분야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바칼로레아 접목의 실제
지난 18일 오후 대구 효성여고. 철학 과목을 담당하는 이종욱 교목신부가 한 학생과 모의 구술 면접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신부는 학생이 미리 쓴 논술문을 바탕으로 '정의'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이 신부가 "롤스의 정의론에서 '정의'는 변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학생은 "롤스가 말한 정의는 '사람끼리 모인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에 변할 수 있다"고 답했고 기본소득, 최저임금제 등 최근 이슈와 연결해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효성여고는 지난해부터 '학교 속 작은 학교'라는 특색 프로그램에서 ▷바칼로레아 학교 ▷사회적 경제 학교 ▷생명'평화 구현 학교 ▷인문고전 학교를 운영 중이다.
이 중 바칼로레아 학교를 희망한 학생들은 이 신부에게 한 학기 동안 총 16차시에 걸쳐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의무론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등 서양 사상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한다.
한 학기가 끝나면 논술고사를 치는데 학생들은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하는가'와 같은 주제에 대해 롤스, 마르크스 등의 사상을 접목해 수준 높은 논술문을 완성한다. 이 신부는 논술문 채점과 심화 구술 면접을 통해 학생의 지식을 심화, 보완하는 기회도 갖는다.
이날 학교 다른 장소에서는 '생명'평화구현 학교' 학생들이 '정치와 경제는 어떻게 생명'평화 구현에 기여할 수 있는가' 등의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써내려갔다. 이들 역시 한 학기 동안 생명'평화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인물과 사례를 특강을 통해 학습했다.
임종기 효성여고 교장은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고 인문'사회적 소양을 높이고자 한다"며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는 활동이 여러 학교에 확산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대구 범어도서관 국제자료실에서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글로벌 리더를 초청해 청소년의 꿈을 키우는 '글로벌 리더 특강' ▷컴퓨터과학, 도시공학 등 다양한 전공의 외국인 교수를 초청해 에세이를 작성하는 '글로벌 유스아카데미' ▷개인 맞춤형 영어 독서 능력 향상을 위한 'AR 리딩 스타' 등으로 IB 교육 정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객관식 평가는 미래교육 망치는 일
'예술 작품은 언제나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할 권리가 있는 모든 행위는 정당한가'
이 질문은 프랑스 대학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실제 출제된 문제다. 프랑스에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4시간에 걸쳐 이런 문제에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야 한다.
IB에서도 이처럼 지식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문제가 출제된다. 즉 자신의 생각을 사회에 접목시키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본다. 폭넓은 독서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주장을 정립하고 끊임없이 토론하는 과정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일본은 2013년 단순 암기식 교육 방식이 국가 경쟁력에 큰 위기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공교육에 IB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내년이면 일본의 약 300개 학교가 IB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교육은 '공정성'에 집착하다 보니 주입식, 암기식, 객관식 평가 에 매몰돼 있으며, 이는 아이들과 우리 미래교육을 망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
변학수 경북대 교수는 "객관식 평가 방식에서는 사고가 고착돼 창의력을 키우기 역부족이다. 변증법과 변증론이 지배하는 현실에서 대화, 토론, 타협하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학생선발 등 시스템 개선 수반돼야
전문가들은 IB 교육이 우리나라에 정착하려면 교원 양성, 대학 학생 선발 등 교육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수능 위주의 수업 방식에 익숙한 현 교사들의 재교육과 교대, 사범대의 교육과정 수정이 필수적이다. 변학수 경북대 교수는 "사범대에 서양 교육시스템을 연구하는 과정이 만들어져, 예비 교사들에게 학생 지도법을 가르치는 게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현재 짧은 대입 전형 기간도 국내 IB 교육 확산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다. 수능에서 대학 입학까지는 불과 3, 4개월이 소요되는데, 수십만 명이 쓴 에세이를 이 기간 채점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의 IB 전형 확대를 위해서는 각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도 선결돼야 한다고 봤다.
이예식 경북대 교수는 "어느 나라도 대학이 학생을 뽑는 데 중앙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대학이 IB와 관련된 전형을 시행한다면 학부모들이 이 교육 방식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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