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을 가진 '워라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 등 최근 들어 거창한 업적보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도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직장 회식문화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는 회식이라 하면 부서원들끼리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팀워크를 다지는, 어쩌면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물론 취지는 좋지만 조직단합을 위해서는 술이 빠질 수 없었고, 덕분에 회식 다음 날이면 전날의 실수와 사건사고를 수습하기 바쁜 사람들도 많았다.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뻔한 회식! 이젠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는 2년 전부터 술이 아닌 문화에 취하고 싶은 직장인들 위해 색다른 회식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름하야 '문화회식'. 70분 남짓의 시간동안 미니콘서트를 포함한 공연장 투어를 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조심스러웠던 마음과 달리 50여 개 회사가 신청해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화회식 당일,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공연장 로비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고, 공연장의 안팎을 둘러보며 연주자로, 지휘자로, 관객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케스트라 연습실을 찾아가고 무대에 앉아 공연을 보며,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시간에 푹 빠져들었다.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준 직장이라면 팀워크가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문화회식은 직장생활에 새로운 재미이자 술 뿐이었던 회식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공연을 보거나 여행을 하는 등 우리의 오감을 발달시켜줄 다양한 방법이 많다.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회식 모델이 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크다. 물론 문화회식 기획은 보통의 큰 공연보다 몇 배의 수고(맞춤형 공연, 지휘자 및 연주자 일정 조율, 대관일자 조정 등)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사소한 문화가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앞으로 더 많은 문화회식이 일상이 되어, 삶의 한 부분은 문화에 젖어있는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문화는 직장인에게 더이상 사치가 아니다. 일상의 한 부분으로 주중에도 주말에도 정신과 영혼을 맑게 해주는 비타민이나 청량제로 곁에 둬야 한다. 그래야 '워라밸'도 균형지수가 높아지고, '소확행'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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