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진과 이야기로 '신 족보' 쓰는 할아버지.

경주 김영익씨 일기 사진집 ‘할배, 할매의 애존지심’ 펴내

애손지심
애손지심

칠순을 맞이한 할아버지 김영익(경주시 황성로)씨가 손자손녀가 자라는 모습을 찍은 사진과 손주들을 만날 때마다 느낀 소회를 담은 일기 사진집 '할배, 할매의 애손지심'을 펴냈다. 64쪽 분량의 이 책은 편집을 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책으로, 동네 인쇄소에서 제본수준으로 만든 책이다. 하지만 내용만큼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빛이 난다.

경주에서 한 기업체 경비원으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영익씨는 "평생을 살면서 특별히 업적이라고 자랑할 만한 일을 한 것이 없고, 물려 줄 재산도 없다" 며 지난 날을 회고한 뒤 "손자 손녀가 태어나서 자라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고, 그것을 한권의 사진첩으로 만들고 보니 새삼 커다란 유산이라도 마련해놓은 듯 해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시절 바쁘게 살았다. 기쁜 날과 슬픈 날도 많았다. 그렇게 한 세상을 살았고, 나이를 먹어 이제는 기운이 다 빠졌나보다 생각할 무렵, 손자가 태어나 희망을 안겨 주더니 또 손녀가 태어나 기쁘기 그지없다. 마음이 기쁘니 가운이 돌고 가세가 다시 부흥하는 것 같다'고 밝힌다.

경주의 한 업체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익씨가 근무 중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익씨 제공.
경주의 한 업체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영익씨가 근무 중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익씨 제공.

이 책은 손자와 손녀를 주인공으로, 아들과 며느리를 조역으로 할아버지가 쓴 가족사라고 할 수 있다.

0년 0월 0일 손자가 태어났다. 0년 0월 0일 손자 출생신고를 하다. 0년 0월 0칠 손녀의 돌이었다, 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날의 사진과 일기, 소회를 일정한 틀 없이 기록하고 있다.

손주들이 어떤 사람으로 성장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바람도 곳곳에 담고 있다. 그래서 사진집 제목도 '애손지심(愛孫之心)'이다. 그런가하면 가난한 부모를 만나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해준 자식(손자손녀의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도 곳곳에 표현하고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후배로 이 사진집을 신문사에 소개한 이관우(대구시 달서구)씨는 "이 책을 보는 순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가족 이야기를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면 썩 훌륭한 현대판 '족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며 "자식과 손주 등 3대가 등장하는 사진 이야기책을 만드는 동안 가족간 애정도 깊어지고, 아이가 반듯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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