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미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주는 한 유력 정치인의 자살이 대한민국의 핫이슈가 됐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죽음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하고, 굳이 숭고한 죽음으로 미화하려 하는 듯하다. 이는 힘들어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대단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
한 인간의 선택지로 자살은 결코 환영받거나 추앙 받아서는 안 된다. 살아생전에 자신이 깨끗한 정치인이라고 강변한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다고 해서, 그 수치심과 모욕감을 견딜 수 없어 생을 마감한 것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포장하거나 자기 잘못에 책임지기 위한 행위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반성의 동물이다. 모든 국가(공동체)는 구성원들의 합의로 정한 법과 제도로 한 국민(개인)의 선행을 칭찬하고 잘못을 단죄한다. 부정한 돈을 받았다면, 처절하게 반성하고 법이 정한 대로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렇게 도덕과 양심을 중요시하는 분이라면 애초에 부정한 돈을 받았을 때 자신을 더 질책하고 책망했어야 하지 않는가. 특검의 수사로 궁지에 몰렸을 때 목숨을 끊는 선택을 어찌 숭고하고 용기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언론(방송)이 이 죽음을 아름답게 보도하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2009년 5월에도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 이 나라에 폭풍 같은 파장을 가져왔다. 가족과 성향이 비슷한 정치인들을 위기에서 구한 아름다운 선택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던진 것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여지가 많다.
'돈키호테' 정치인으로 어려웠던 선택지마다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과감한 결단, 그리고 파란만장한 삶이 보여주는 스펙터클하고 감동적인 정치적 행보 등은 그를 좋아하는 지지자들이 추억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 택한 죽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들과 유명 정치인들이 정계은퇴 후에도 과거의 잘잘못을 떠나 건강하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기를 바랄 것이다.
목숨을 던지는 것이 한 인간의 생애 마지막 승부수로 높이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리나'라는 유명한 소설을 통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극복한 후에 얻는 '슈퍼 기쁨'(삶의 큰 깨달음, 고통 후의 성장)이라고 넌지시 생(生)의 교훈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성경에서도 자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지만 완곡하게 스스로에 대한 살인자로 묘사하고 있다. 가롯 유다의 자살(마태복음 27장 3~5절)에 대해, 사도행전 1장 25절에서 "제 곳으로 갔다"고 표현했다. 이를 성경 주석가들은 '천국이 아닌 곳에 갔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해석한다. 자살자에게는 구원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 지도자들은 믿음을 갖고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아무리 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자살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자살은 스스로를 더 큰 파멸과 더 큰 비극으로 몰아넣는 행위"라고 강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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