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시원함이 그립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니 추운 곳이 그립다. 북극에 가서 빙산 한 조각을 떼어내 위스키에 띄워 한잔 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데, 빙산은 바닷물이니 짜지 않을까? 바닷물이지만, 염분이 약간 들어있는 담수(淡水)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빙산이 만들어질 때 얼음 입자와 입자 사이에 바닷물이 섞여 들어가지만, 그 정도로는 짠맛이 나지 않는다.

북극 탐험의 꿈을 꾸어보지만,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빙산을 보려면 북극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북극권인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도 무더운 판에 빙산이 있을 리 없다. 북유럽 국가의 예년 7월 최고기온은 15∼21℃로 선선한 편이지만, 올해는 3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상 더위가 아니더라도, 북극은 만신창이 상태다. 1970년대부터 북극해 중앙부의 해빙 두께는 30% 이상 감소됐고, 북극 얼음의 면적도 10년마다 4%씩 줄어들고 있다. 2030년이면 북극에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조만간 '북극 탐험' 대신에 '극지 트래킹' '북극 도보여행' 관광상품이 나올지 모르겠다.

북극 탐험이라면 스웨덴의 탐험가 살로먼 오거스트 안드레(1854~1897)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897년 수소 기구를 타고 세계 최초로 북극점 정복에 나섰다가 동료 2명과 함께 북극에서 사망했다. 안드레는 극지 탐험을 처음 시도한 인물이지만, 그와 비슷하게 남극 탐험 중 죽은 영국의 스콧 원정대와는 달리,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 인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영국과 스웨덴의 국력 차이가 아닐까 싶다.

북극을 떠올린다고 더위가 가셔지지 않는다. 국가와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으면 더위를 훌훌 날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불쾌지수가 더 올라간다.

경제성장률, 일자리, 출산율, 최저임금, 국방부장관, 마린온 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핵…. 정부가 '더위를 먹었나'고 할 정도의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에게 청량함과 시원함을 줘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열을 받게 한다. 이러다간 "(열 받는) 극기훈련을 하고 싶으면 청와대 앞으로 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