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 느슨한 전력 수급 관리가 '블랙아웃' 부른다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비상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전국 최대 전력 수요는 9천248만㎾로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예비전력량이 709만㎾로 떨어졌고, 공급예비율도 위기 단계인 7.7%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예비율 목표인 11%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치솟던 전력 수요가 25일부터 조금씩 주춤하면서 일단 한시름을 덜기는 했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 휴가철이 시작돼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지난주 두 차례나 정전이 발생한 대구지방법원을 비롯해 곳곳에서 정전이 잇따른 것은 그만큼 전력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당분간 기상 변동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전력 수요 또한 유동적이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물론 정부도 올해 무더위를 계기로 ‘재난 수준의 폭염’ 에는 공감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기 상황을 가정해 평소 전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비상시 즉각 대처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최근 전력 수급을 둘러싼 정부 인식 수준이나 관리 능력을 보면 왠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마다 위험수위가 반복하는데도 예비전력량 기준을 400만㎾로 낮게 잡거나 DR(수요 감축 요청) 조건에 이르렀는데도 기업 부담을 이유로 별다른 조치가 없다. 불법 ‘개문 냉방’도 그대로다. 공연히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곤란하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미리 대책을 세우고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우리의 전국 단일 전력망 체계는 큰 약점이다. 상황을 낙관하다 2011년 ‘9·15 정전’과 같은 사태를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략 수급의 최대 리스크는 바로 정부’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지금이라도 전력 수급에 더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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