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자살로 없었던 일이 돼서는 안 돼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사망을 둘러싼 정치권의 ‘자살 미화’ 논란은 듣기가 거북하다. 홍준표 한국당 전 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그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과 민주당 모두 홍 전 대표를 향해 “미화한 적 없다” “무능한 홍 전 대표의 막말” “자중자애하라”는 등의 자극적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거친 말에 더 거친 말로 대적하는 우리 정치권의 전형적 구습이다.

홍 전 대표가 ‘자살 미화’라고 한 것은 노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평가는 없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살아온 행적만을 기리는, ‘기울어진’ 추모 분위기를 지적한 것일 거다. 물론 이를 ‘자살 미화’라고 표현한 것은 지나쳤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뜻을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는 신중한 표현을 골랐어야 했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말 중 올바른 지적도 분명히 있다. “잘못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거나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자살은 그래서 더욱 잘못된 선택이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노 의원의 사망 이후 정치권은 물론 우리 사회 각계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노 전 의원은 양심적이고 훌륭한 정치인으로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고교 동창인 도모 변호사로부터 4천만원을 받은 불법 혐의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드루킹 특검’에서 이를 거론했을 때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했으며, 미국 방문 중 한국 특파원들에게도 끝까지 ‘받지 않았다’고 했다. 본인은 유서에서 청탁과 대가가 없었다고 했지만 정당화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불행하고 애통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잘못된 행동이 자살로 없었던 일이 되거나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포폄(褒貶)이 분명해야 사회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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