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소통 통로 아닌 갈등 통로 된 SNS?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 사회가 혐오로 물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에서는 갈등이 한층 더 고조되는 모양새다. '익명성'을 무기로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난무하고 공격성 발언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커뮤니티와 SNS가 소통의 창구가 아닌 갈등의 창구로 변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등의 순기능은 상실되고 무분별한 혐오와 분노만이 남는다는 우려로 온라인에서의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한층 더 건강한 '개방 사회'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속 갈등이 혐오로…세대, 국적, 종교, 성별 등 다양
'극혐'(극도로 혐오한다)이라는 표현은 온라인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대변한다. 남성은 여성을 극혐하고 그런 남성에 대해 여성들은 극혐으로 맞불을 놓는다. 여성 관련 기사에 '김치녀 극혐'(이기적인 여성이 싫다)이라는 댓글이 줄을 잇고, 남성 관련 기사에 '한남충 극혐'(벌레 같은 한국 남성이 싫다)이라는 댓글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광복 이후 1970년대까지 이념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은 세대, 국적, 종교, 성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분출되고 있다. 문제는 갈등이 혐오로 번지면서 표현 수위마저 도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에 대한 기사에는 댓글로 '난민 혐오'에 가까운 공방이 벌어졌다. 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WOMAD)에서는 남성 혐오에 천주교 혐오가 더해진 성체 훼손 사건까지 발생하며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앞서 워마드에서는 이용자가 호주 남자 어린이를 성폭행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가 하면, 남성 누드모델 나체 사진을 유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3일 "워마드에서 유통되는 차별·비하·모욕·반인륜적·패륜적 정보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온라인상의 차별·비하 표현은 혐오 풍토 조장을 넘어 자칫 현실범죄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익명성 기댄 무책임 발언" vs "개방사회로 가는 과정"

사람들은 확산성이 큰 온라인 공간에 익명성이라는 무기가 더해져 사회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IT가 발전하며 사회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봤다. 201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8%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사회 갈등이 더 심각해졌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65.3%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사회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갈등이 빠르게 퍼지는 원인으로 '인터넷과 SNS를 통한 빠른 유통'(79.7%)을 지목했다. 또 상당수 응답자가 사회 갈등의 원인으로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65.6%)을 지적했다.
이에 반해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심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회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약간의 부작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을(乙)'들이 상실된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익명성에 기대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면서 "개방적인 사회로 발전하며 인그룹(in-group·구성원간에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강한 집단)이 물 위로 올라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극단적인 표현, 강경 발언 등 부작용을 줄이고 건강한 방향으로 가려면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장을 지금보다 더 열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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