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때 '자살 왕국'이라고 불렸다. 자살자가 넘쳐나는 탓도 있지만, 봉건시대부터 내려온 '할복 문화' 때문이다. 에도막부 당시 무사 계급은 상대에게 모욕을 당했거나 무사 윤리에 어긋났다고 생각하면 서슴없이 할복했다.
표면적으로는 무사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제때 할복하지 않으면 더한 처벌이 내려졌다. 상부 조사를 통해 잘못이 밝혀지면 대대로 내려온 무사 신분 박탈은 물론이고, 추방·참수형까지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사의 명예를 더럽히면 스스로 할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런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얼마 전까지 조직을 보호하거나 책임을 지기 위한 자살이 횡행했다. '조직 책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잘못'이란 유서를 남긴 회사 중역, 정치인 비서, 공무원, 경찰관, 은행 간부 등의 자살 사건이 유행처럼 일어났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살을 통해 모든 것을 덮어버리는 잘못된 전통이 오히려 비난을 받는 분위기다. 2003년 자살자가 3만4천 명을 넘어서면서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자살 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자살대책기본법 제정, 자살대책백서 발간, SNS대면 상담 등으로 한 해 7천500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그 결과, 2007년 3만3천 명을 웃돌던 자살자가 2017년 2만1천여 명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자살의 원조 국가 일본에서는 자살을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풍토가 거의 사라졌다.
한국은 일본보다 자살률이 훨씬 높다. 2016년 통계청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5.6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일본은 라트비아, 슬로베니아에 이은 4위(17.3명)다.
한국 정부는 출산율에만 신경 쓸 뿐, 자살 예방에는 시늉만 할 뿐이다. 노회찬 의원 자살 사건 때에도 자살의 문제점을 함께 지적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들이 정부와 열렬 지지자의 눈치를 본 것이리라. 문재인 정부는 태생적으로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기에는 뭔가 쑥스러운 것이 있는 모양이다. 한국은 언제까지 '정신이 병든 나라' '마음이 빈곤한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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