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가는 손자 지켜보는 일 즐거워. 내 자신 늙는 줄도 모르겠네. 사람의 말 분명하게 흉내 내는 것이 나날이 전보다 나아지는구나.'
말을 배우기 시작한 손자에 대한 사랑이 절절한 조선 최초 육아일기 '양아록'의 한 구절이다.
일기 구석구석에 스민 할아버지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양아록은 조선중기의 관료 이문건(성주, 1494~1567)이 16년간 손자를 양육하면서 남긴 생생한 기록물이다.
일기에는 손자를 한 인격체로서 길러내기 위한 조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통사회의 대가족은 조부모를 중심으로 한 가족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어린아이의 양육은 물론 버릇 등 인성 교육까지 담당했다.
하지만 급속한 핵가족화로 인해 조부모와 손자녀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특히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다보니 '격대 교육'의 기회가 차츰 사라졌다.
여성가족부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어린이가 10명 중 2명이란 통계가 나올 정도로 가족개념이 좁아졌다. 이러한 가정붕괴는 패륜범죄, 이혼율 증가, 개인주의 만연 등 우리 사회의 뿌리마저 흔들리게 할 정도의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정에서의 규범과 정서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학교 등과 같이 외부 기관이 대신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가정과 사회에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부모가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을 할매할배가 혈육의 정을 바탕으로 보완해 줄 수 있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경상북도는 2014년 10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제정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을 튼튼하게 만들어 각종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할매할배의 날은 부모가 자녀와 함께 조부모를 찾아가 세대 간 소통하고, 삶의 지혜를 배우며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이룬다.
기존의 '노인의 날'이 섬김과 노인 인권에 초점을 맞췄다면 할매할배의 날은 조손이라는 관계와 소통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차이다. 즉, 세대를 달리하는 조손이 주기적으로 만나 의식과 문화 등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소통하고, 또 조부모로부터 삶의 지혜와 인성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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