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월 소비자물가 안정세 보였지만, 폭염 피해 심상찮다

 

 


소비자물가가 10개월째 전년 동월대비 1%대 상승세를 유지했다. 유래없는 폭염과 큰 폭의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안정세를 보인 것이다. 다만 무더위로 농작물 작황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여름 휴가철 채소류와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난달과 비교해 가격이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이들 품목은 체감지수가 높은 품목들이라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통계청 발표보다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유가 크게 뛰고, 서비스 요금도 올라

통계청이 1일 공개한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전보다 1.5%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2.1%에서 10월 1.8%로 낮아진 이후 10개월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이번달 물가상승은 전체적으로 석유류와 서비스요금 인상이 견인했다. 경유 가격은 14.6%, 휘발유 가격은 11.8% 상승하는 등 석유류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12.5%나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0.54%포인트 끌어올렸다. 또 외식비가 2.7% 오르는 등 7월 개인 서비스 요금이 2.2%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 높였다.

특히 경유는 작년 3월(18.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일 휘발유 가격 전국 평균은 ℓ당 1천614.05원, 경유값은 1천414.69원이다.

무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휴가철 성수기 요금이 적용된 것도 물가를 끌어올린 원인이 됐다. 콘도이용료(15.6%), 호텔숙박료(8.8%), 해외단체여행비(7.5%) 등도 지난달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기록적인 무더위로 채소류, 축산물 가격도 반등

기록적인 무더위에 작황이 좋지 않은 채소류 물가는 6월과 비교해 3.7% 상승했다. 한달전과 비교한 채소류 물가 상승률은 2월 16.7% 이후 4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이달 반등한 것이다.

품목별로는 시금치가 6월보다 50.1%나 치솟았고, 배추(39.0%), 상추(24.5%), 열무(42.1%) 등도 가격이 껑충 뛰었다. 축산물도 고온에 가축 폐사가 속출하며 전월에 비해 3.3% 올랐다. 돼지고기가 7.8%,닭고기가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육 마릿수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어서 가격 오름 폭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한달 사이 가격이 껑충 뛰면서 시민들이 느끼는 물가 압박은 크지만, 사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채소류와 축산물 물가는 오히려 1.0%와 4.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와 현실과의 차이이기도 하고, 지난해 역시 폭염과 폭우로 인한 피해가 커서 물가상승 폭이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쌀(33.3%), 고춧가루(41.6%), 고구마(28.8%) 등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반면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물가상승률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1%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낮은 이유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과 같은 정부 정책으로 서비스 관련 물가가 내린 점과 경기 둔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통계청 김윤성 물가동향과장은 "물가는 경기보다 6개월 정도 후행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에 경기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폭염, 앞으로가 더 문제

기획재정부는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자료에서 "앞으로도 1%대 물가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예측은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당장 1일 극서지로 유명한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서울, 강원 등 전국 각지의 기온이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면서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경상북도에서만 1일까지 닭 39만4천여마리와 돼지 3천900여마리 등 가축 39만8천767마리가 폐사했다. 아직 무더위가 끝나려면 멀었는데 이미 폐사량은 예년의 3~4배 수준을 넘어섰다. 농작물 피해도 극심해 과수열매가 색이 변하고 썩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북도내 14개 시군에서 254.9㏊가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열흘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 가마솥 더위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1일 오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어 폭염에 따른 농·축·수산물 수급·가격 동향과 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폭염으로 가격 강세를 보이는 배추·무 등 농산물을 조기 방출하고 농협을 통해 할인판매를 하는 등 수급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고 차관은 "농가의 폭염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급수·축사 냉방장비 등을 지원하고 재해보험금·재해복구비도 신속히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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