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통신] '김 아저씨'와 예산 정국

박상전 서울정경부차장
박상전 서울정경부차장

기획재정부에는 '김 아저씨'라는 제목의 유명한 일화가 내려오고 있다. 20여 년 전 재정경제부 시절 이야기다.

'김 아저씨'는 전라도 바닷가 작은 마을 출신이다. 원래는 배를 타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나 지역 동사무소 청소일을 하면서 '독특한' 열정 때문에 9급 별정직으로 채용됐다.

세월이 흘러 50세가 다 됐으나 8급밖에 안 된 '김 아저씨'는 애물단지가 됐다. 해당 도청에서는 없는 자리를 만들어 재정부에 출입하라고 서울로 쫓아 보냈다.

'김 아저씨'는 실망하지 않았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매일 재정부를 찾았다.

재정부 보안이 엄격한 탓에 처음엔 문전박대당하기 일쑤였다. 매일 지역의 특산품인 '김'을 양손 가득 들고 가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부터 나눠주기 시작했다. 정문을 통과하게 되자 '김 아저씨'는 만나는 재정부 직원마다 김 하나씩을 선물했다.

그런 생활이 7년 지나고, 한 해 여름엔 강력한 태풍이 전국을 휩쓸었다. 재정부는 긴급하게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했다.

해양수산을 담당하는 부서엔 200여억원의 복구 비용이 내려왔으나 20억원가량이 남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다시 반납하자니 다음 태풍부터 지원금이 줄어들 것이 뻔해 고민에 빠졌다. 이날도 회의 테이블 옆엔 '김 아저씨'가 어김없이 김을 들고 서 있었다. 회의를 진행하던 한 과장은 "'김 아저씨' 주면 어떨까?" 제안했고, 직원들도 동의했다. 당시엔 김 양식장 피해 복구를 위한 조항이 별도로 없었지만 새로 만들어 '김 아저씨' 고향으로 20억원을 내려보낸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받은 '김 아저씨' 고향만 신속히 복구해 3개월 만에 생산라인을 재가동했고 전국으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품귀 현상이 일어서 가격도 평소의 2, 3배였다. 독점하다시피 몇 년간 이익을 본 해당 양식장은 김 가공 공장을 차려 전국적인 브랜드를 가진 구운 봉지 김까지 출시했다.

나이 많은 8급 공직자의 열정이 지역을 살린 이 일화는 예산 정국 시즌에 지역 공무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구경북 시도 서울사무소장(지사장)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도 서울사무소장 모두 이달 중으로 교체될 예정이어서 신임 소장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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