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값 고공행진-80kg 한가마당 17만원대 역대 최고 가격

80kg들이 쌀 한가마니 가격이 17만2천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안동농협 파머스마켓에는 20kg들이 5만5천원에 팔리던 2017년산 안동백진주쌀이 일찌감치 동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80kg들이 쌀 한가마니 가격이 17만2천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쌀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안동농협 파머스마켓에는 20kg들이 5만5천원에 팔리던 2017년산 안동백진주쌀이 일찌감치 동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김영진 기자

쌀값이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올랐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가격은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쌀 20㎏ 기준 가격은 평균 4만4천원에 육박하고 있다. 1년 전 가격이 3만1천원대였으니 거의 40%가량 오른 셈이다. 쌀 한가마인 80㎏의 가격도 17만원대로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쌀값은 왜 오르는 것일까.

◆쌀값, 왜 오를까

쌀값 인상 요인으로 일부에서는 지난해 줄어든 생산량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97만t으로 27년만에 처음으로 400만t 이하로 감소했다. 2016년에 비해 5% 정도 감소했다.

그러나 쌀 생산량 감소 하나가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생산량이 줄어든 것보다 소비량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7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61.8kg으로 3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1985년 128.1kg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쌀값 상승에서 정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해 전체 쌀 생산량 397만t 가운데 18%를 구매했다. 가뜩이나 줄어든 쌀 비축량을 늘려 가격 인상을 부추긴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가을 공공비축미로 35만t, 시장격리용으로 37만t 등 총 72만t을 수매해 정부 양곡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쌀(벼)을 아프리카 등 외국에 원조하고 있는 점도 쌀값 상승과 무관하지 않고, 정부가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를 대비해 쌀을 대북 지원용으로 비축하고 있는 점도 쌀값 인상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희비교차

오랫 만에 쌀값이 뛰니 희비도 엇갈린다. 쌀값 인상에 농민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그러나 반대로 쌀 가공식품 제조사와 외식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주식인 쌀값 인상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농민들은 이러한 쌀값 상승에 대해 더 오르진 않더라도 떨어지진 않기를 바라고 있다. 김민순 전국새농민회 사무국장은 "지역 농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흉년이 올까 걱정하면서도 최근 쌀값이 크게 회복돼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쌀을 주재료로 하는 외식업계는 근심이 깊어졌다. 안동의 한 김밥집 사장 김모(47)씨는 "쌀값이 계속해서 오르다 보니 원가를 제외하면 남는 게 크지 않은 상황이다. 올 초에 이미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500원가량 김밥 가격을 올린 상황인데 또 올릴 수도 없도 고민스럽다"고 울상을 지었다.

쌀값 인상으로 쌀 소비가 많은 식당 등의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신도청에 자리한 한 식당 경우 한 달에 평균 쌀 6가마니를 소비하는 상황에서 쌀 한가마니당 5만원 이상 올라 지난해보다 월 평균 30만원 이상의 경영비가 더 투자되고 있다.

오뚜기도 즉석밥을 비롯한 쌀 가공식품 원료로 쌀 3만2천t을 사용했고, 죽으로 유명한 동원F&B는 2천600t, 대상은 800t 정도를 원료로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가 부담을 이유로 CJ제일제당과 오뚜기는 즉석밥 가격을 7~9% 올렸다.

◆농민들, "쌀값이 정상화로 가는 중"

쌀값이 이처럼 올랐는 데도 농민들의 반응은 크게 기뻐하기 보다는 쌀 가격이 정상화로 회복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상주지역 농민들은 "쌀값이 2013년 가격인 17만8천원대, 제자리에 오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간 농기계값, 인건비, 자재값 인상 등 물가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아직 농민들은 배가 고프다는 것이 실정에 맞는 말이다"고 주장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쌀값이 비싸졌지만, 평년 쌀값과 비교하면 최근 쌀값이 비정상적으로 저렴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쌀값 안정화를 원하는 농민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동지역 한 농민은 "쌀값 안정이 물가 안정이다"며 "쌀값이 올라 물가가 상승한다면 농민들에게도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쌀값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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