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 지역 갈등 해소 안 하나 못 하나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갈등 조정 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취수원 이전이나 통합 공항 이전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에 대한 해결 기대를 키웠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여서다. 문 정부 들어 지역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갈등 조정 능력을 잃거나 의지가 없으면 정부에 대한 신뢰 또한 무너진다. 문 정부는 이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먼저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그동안 여러 차례 대구 취수원 이전 중재를 공언했다. 그럼에도 취수원 이전은 여전히 한 발짝도 옮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 주재로 대구시와 구미시 실무협의회가 재개됐으나 양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실무협의회는 올 3월 중단 이후 약 4개월 만에 진행됐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대구시나 구미시로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려 문제를 풀기 어렵다. 중앙정부에 SOS를 요청했지만 중앙정부 역시 눈치만 살피며 미적대고 있다. 낙동강은 광역수계로 갈등을 해소할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다.

신공항 갈등도 마찬가지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2년 전 김해공항 확장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이라는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신공항 10년 갈등 끝에 만들어진 합의였다. 그럼에도 부산시가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꺼진 신공항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통합 대구공항 이전이나 김해공항 확장 문제를 미적거리는 사이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아직 통합 대구공항 이전 부지조차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계획대로 대구공항 이전이나 김해공항 확장이 추진되었다면 가덕도 신공항을 들고나오기는 객쩍은 일일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여론을 살피느라 지역 갈등을 부추긴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지역 간 갈등 국면에서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국가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합리적 잣대를 마련해 갈등을 해소하고 여론을 모아가는 것이 옳다. 선택받지 못한 쪽은 한동안 불만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 화합하며 다시 살길을 모색하게 된다. 정부가 여론을 겁내 갈등 조정을 포기하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오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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