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진단 받은 차에서도 불…BMW 리콜, 믿을 수 있나

긴급안전진단을 마친 BMW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BMW 리콜 조처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BMW가 주행 중 엔진 화재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이 실제 화재의 원인이 아닌 것 아니냐는 것이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날 전남 목포시 옥암동의 한 대형마트 인근에서는 주행하던 BMW 520d 차량의 엔진룸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31번째로 발생한 BMW의 주행 중 화재사고다.
문제는 이 차량이 사고일로부터 사흘 전 BMW 서비스센터에서 긴급안전진단을 받고 EGR 등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BMW는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EGR 부품 내부를 내시경 장비로 진단하고, 침전물이 많을 경우 부품 교체와 청소 등의 후속조치를 하고 있다. 내시경 진단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확인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결국 BMW의 자체 진단에서 '화재 위험이 없다'고 판정된 차량에서 불이 난 셈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정부 당국과 함께 문제의 차량에 대해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마친 BMW 차량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하면서 EGR 모듈이 화재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의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BMW 디젤 차량에 똑같은 EGR 모듈 부품이 쓰였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한국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판매 차에만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했다"거나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흡기다기관이 열을 견디지 못했다" 등 여러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정부는 BMW 차량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가면서 일체의 의혹을 남기지 않기 위해 발화 원인 분석에 산하 연구원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조사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민간 전문가를 최대한 참가시켜 민관 합동 조사팀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는 5일 BMW 측으로부터 엔진 화재와 관련한 기술분석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앞으로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BMW는 현재 리콜 대상으로 분류된 42개 차종, 10만6천대에 대해 긴급안전진단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긴급 안전진단을 마친 BMW 차량은 1만5천337대이며 예약 대기 중인 차량은 3만6천606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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