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13명에 대한 형집행 완료
무라카미 하루키도 찬성 글 기고
교주 죽었다고 옴진리교 사라질까
시신 인도 요청 등 신격화 움직임
태풍 종다리가 일본 본토에 상륙해서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있는 와중에, 일본은 '사형 집행'에 대한 이야기로 연일 시끄럽다. 지난 7월 26일 옴진리교도 전 간부 6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었고, 이것으로 옴진리교 사건 사형수 13명에 대한 형 집행이 완료되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사형제도 그 자체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적어도 이번 집행에 대해서는 반대한다고 할 수 없다'는 글을 29일 마이니치신문에 기고했다. 하루키는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와 옴진리교 신자를 인터뷰해서 정리한 책 '언더그라운드'(1995년)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접했기 때문이다. 한편 '사형 집행으로 옴진리교와 관련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것으로 사건을 끝내겠다는 의도나, 사형제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이런 전략은 용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옴진리교는 아사하라 쇼코(麻原彰晃·본명 마쓰모토 지즈오·63)가 1986년에 창시한 신흥종교다. 공중부양을 한다는 등의 황당한 신비체험으로 세력을 확장했고 한때 1만 명이 넘는 신자가 존재했다. 여기에는 명문대 출신, 의사, 은행원 등 엘리트도 상당수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宮台眞司)가 1980년대 한 발언이 설득력 있다.
"당시 사람도 사회도 위만 바라보는 고도 경제성장기에 성장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대학에 입학할 무렵, 혹은 사회에 진출할 무렵 고도성장기는 막을 내렸다. 일본은 1973년부터 저성장시대가 되었고, 1980년대는 축제 분위기의 버블시대였다. 이런 사회에 자신이 몸담을 곳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여기에 달리 의지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는 옴진리교가 등장한 것이다."
옴진리교는 1989년 사카모토 변호사 가족 3명 살해 사건, 1994년 나가노현 사린 사건, 1995년 지하철 사린 사건 등 일련의 사건을 일으켰다. 지하철 사린 사건은 출근시간대 도쿄 중심의 지하철역에서 맹독성 사린가스를 뿌려 일반 시민 13명이 죽고 6천300여 명이 쓰러졌다. '왕이 되어서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교주의 교의에서 비롯된 사건인데, 이것으로 일본 전역은 공포에 휩싸였으며 전 세계가 경악했다.
과연 '형 집행 완료'는 옴진리교의 사건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을까. 옴진리교는 법원의 명령으로 1995년 해체되었지만, 일부 신도들이 '알레프' 등 이름을 달리하고 옴진리교의 뒤를 잇고 있다. 이전에 신자였다는 한 50대 남자는 "종교는 교주가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신자가 납득할 수 없는 죽음이라면 보다 신격화될 것이다"는 말을 했다.
지금 일본 사회는 1980년대와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위에서 미야다이 신지가 지적한 바와 같이, 지금 이 사회에 몸담을 곳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결국 자신을 담을 수 있는 세계, 이른바 신흥종교에 의지할 것이다.
내년에 새 천황이 탄생한다. 연호도 바뀔 것이다. 그러니 사형집행은 헤이세이 시대의 흉악한 사건을 헤이세이 시대에서 마무리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뜻이겠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소외되는 사회라면 신흥종교의 늪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까. 옴진리교 사건은 합법적 죽음으로 그들을 사회에서 배제했다고 해도 그 유령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일본의 신흥종교 옴진리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알레프와 관계 있는 부인과 자녀들은 시신 인도를 요청했다. 유골을 가지고 순교자처럼 신격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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