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식주의자 전효원 씨 "고기 안 먹으니 몸 가벼워져"

7년째 ‘채식 라이프’ …타인에 강요하지는 않아

전효원씨는
전효원씨는 '채식한 이후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며 몸도 정화되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속도 편안해졋다'고 말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채식 인구 100만 명 시대. 최근 환경과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과 함께 건강·다이어트 등 '웰빙 라이프'를 지향하는 소비 성향에 맞물려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치관까지 채식주의는 아닐 지라도 일주일에 한 번쯤은 '고기 없는 식탁'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채식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고, 채식주의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채식 모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직장인 전효원(27) 씨는 7년 전부터 채식을 하고 있다.

◆가축 도축 장면본 후 채식 시작
효원 씨의 식탁은 현비밥과 채소, 과일로만 이루어진다. 고기는 물론 생선과 우유, 달걀도 없다. "대학 2학년 때 유튜브에서 소와 돼지, 닭 등 가축을 도축하는 장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자인한 장면이 오브랩돼 그때부터 채식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효원 씨는 처음부터 비건(과일 채소만 먹는 유형)은 아니었다. 육식은 하지 않았지만 생선은 먹었다. 가족과 가까운 친구에게는 일찌감치 채밍아웃('채식'과 '커밍아웃'을 합친 말로 고기를 먹지 않고 채식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밝히는 것)을 해 친구들도 음식점에 가면 고기 대신 주꾸미 등 생선을 먹거나 비빔밥을 주문하는 등 효원 씨를 배려해줬다. 분식점에 가면 햄을 뺀 김밥을 먹었다. 채식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몸도 건강하지 않았다. 육식을 하지 않겠다는 감정적인 결정으로 건강하지 못한 식단과 영양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 졸업 후 어학연수를 위해 뉴질랜드와 태국 등에서 잠시 머물렀다.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잠시 고기와 생선 등을 먹었다. 태국의 명상센터에서 묵언수행을 하면서 채식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채식 레시피를 공부했다. 그리고 실천했다. "점점 입맛이 단순하고 검박해지고, 소스의 새콤달콤 짭짤한 맛도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지금은 가급적이면 어떤 것도 가미하거나 조리하지 않은 원재료 그대로 먹는 걸 좋아한다" 고 했다.

효원 씨는 식재료를 사서 집에서 요리해 먹는다. 소비자협동조합에서 근무해 식재료를 구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주로 고구마·감자와 싱싱한 제철 채소, 농약이 덜 들어간 과일을 산다. 요리 방법도 간단하다. 고구마와 감자는 삶아서 먹고 채소는 샐러드와 쌈으로 먹는다. "봄에는 파릇파릇한 나물, 여름에는 콩국수와 단호박, 가을에는 다양한 과일, 겨울에는 현미밥에 시래기된장국 등을 샐러드와 곁들여 먹는다"고 말했다.
효원 씨는 채식을 하면 돈이 많이 들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채소가 고기보다 싸거든요."

외국 여행을 할 때도 그가 따로 챙겨가는 것은 없다.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채식하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더 편해요.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점도 있고 마트에도 따로 코너가 마련돼 있는 등 잘돼 있다"고 했다.

◆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나요"
효원 씨는 채식한 이후로 달라진 게 많다. 우선 아침에 가뿐하게 일어난다. 몸도 정화되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고 속도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가축들을 가혹하게 키우는 문제에 죄책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몇 년 만에 만난 분들이 제게 보이는 첫 반응은 '얼굴이 맑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해지고 머리도 맑아져 총명해진 느낌이다. 채식 후 몇 년 지나니까 육식을 했을 때의 탁한 느낌도 다 없어졌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문제는 직장 동료와의 식사자리.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한정적이다 보니 따로 도시락을 챙겨 다니거나 다른 이들과 식사하면 일단 가서 원하는 것만 먹는다. "코스요리집에서 모임을 할 땐 주문받는 분께 제 것은 야채요리만 따로 한 접시 준비해달라고 하고, 삼겹살집에선 오이·상추같이 제가 먹을 수 있는 것만 조용히 먹어요. 까다롭게 행동하고 싶지 않거든요."


◆먹는 것은 개인의 자유
효원 씨는 이제 누구에게도 채식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는 식구들에게도 동물이 고통스러워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잔소리를 했는데, 이제는 채식하면 이런 게 좋다는 식으로 말한다"며 싱긋 웃었다.
효원 씨는 마음 편하게 채소를 늘려가고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할 수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모든 고기를 끊어버리면 실패 확률이 높다. 고기의 종류를 줄이거나 또는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점차 끊어나가는 게 쉽다"며 "하루에 한 끼 육식을 하지 않는 것도 채식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효원 씨는 채식으로 식단을 바꿀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을 '건강식'이라고 생각해 되레 더 많이 먹게 되는 불상사를 저지르곤 한다"며 "채식을 하더라도 약간 모자란 듯이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채식을 할 때 과일을 많이 먹게 되는데 과일 역시 과당의 영향으로 많은 양을 섭취하면 살이 찔 수 있다"며 "식단 역시 삼시세끼만 먹는 것이 기본으로 채소 역시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효원 씨는 "채식한다고 모두가 동물보호·환경주의자 아니다. 까다롭게 행동하기 싫어 다른 이에게 강하게 권유하지는 않는다"며 "뭘 하든, 뭘 먹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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