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당 "일본 정치권 내 '민주당 패싱' 있어" 주장

정치권 "민주당의 대일 강경 노선이 일본 입장에서 불편할 것"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과 한국당이 비슷한 입장 가져"

3일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간사회의 후 양국 의원들이 우의를 다지며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이채익 의원실 제공
3일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간사회의 후 양국 의원들이 우의를 다지며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 이채익 의원실 제공

자유한국당 내 지일파 국회의원들이 일본의 '더불어민주당 패싱'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보이는 대일 강경일변도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대일외교 물꼬를 틀 수 있는 대안 세력이라는 장점을 부각하려는 긴 안목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5일 한일의원연맹 합동간사회의를 마치고 귀국한 김광림 한국당 의원(한국 간사장)은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3일 회의에서 다음 총회 의제를 무엇으로 할지 논의했다. 1970~80년대 모국으로 유학을 왔다가 북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아 일본 거주 자격이 박탈된 재일교포 중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30여 명의 일본 특별영주권 회복 관련 논의를 최초로 하기로 했다"고 회의 성과를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일본 정치권이 한국당 하고만 대화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대표적 지일파 김석기 한국당 의원(한국 상임 간사)도 "일본 정치권이 한국의 여야 모두와 대화를 하고 싶겠지만, 특히 핵미사일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당과 입장이 비슷하기 때문에 민주당보다 우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당 임에도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표와 면담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일본 정치권의 '민주당 패싱' 이야기가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말 하계 연수차 한국을 방문한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유독 민주당만 만나지 않았다. 지난 2일 니카이 간사장은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 보수 야당 대표를 차례로 방문했다. 이날 이낙연 총리와도 만났다. 전날에는 서울의 한 호텔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초청해 니카이파 인사와 만찬을 함께했다. 반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만나지 않았다. 이처럼 일본 정당 대표가 방한해 여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일본 정가의 '민주당 패싱'이 이유 있는 '패싱'이라고 본다. 양국 간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청 등에 대한 민주당의 단호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니카이 간사장이 지난해 6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왔을 때는 추 대표를 만난 바 있는데, 당시 두 사람이 역사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또 추 대표가 지난 5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소녀상 철거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일본 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에서 보수, 진보를 떠나 일본과 각을 세우는 것은 먹히는 이슈이다"며 "민주당에는 일본통이라고 할 만한 인사도 드문 데다 인기영합주의처럼 일본을 향해 강한 메시지만 쏟아낸다. 그러니 일본 정치권은 민주당이 불편하고 한국당은 대화를 해볼 상대라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일본의 '민주당 패싱'을 부각하는 것도 길게 보고 정부·여당이 대일 무역 등 일본과 관계에서 불리한 상황이 왔을 때 공세를 취하며 '우리는 일본과 관계를 풀어낼 능력이 있다'라는 점을 내세우고 싶은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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