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의 항공기 야간 운행통제시간(Curfew time·커퓨타임) 문제는 '공항 활성화'와 '주민 소음 피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10시간이던 커퓨타임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
커퓨타임은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해 항공기 소음에 따른 주민 피해를 줄이면서 공항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합의다. 대구공항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를 커퓨타임으로 정하고 항공기 운항을 금지했다. 이 시간대에는 비상 상황이 아닌 경우 공군 전투기 이착륙도 자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커퓨타임을 줄여달라는 요구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루에 10시간동안 항공기 운항을 제한해 신규 노선 취항이 어렵고 공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동구청 및 공군 11전투비행단과 협의를 거쳐 2008년 7월부터 오후 10시~익일 오전 6시로 단축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취항이 본격화된 2014년에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5시간으로 더 줄였다.
이에 따라 2014년 33만여명이었던 대구공항 이용객은 4년만에 10배가 넘는 400만명 돌파가 확실시될 정도로 대폭 늘었다.
문제는 공항이 활성화되고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더욱 심해졌다는 점이다.

◆협의 더 길어진다면 공항 활성화 물거품 될 수도
커퓨타임 경우 민간공항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하지만, 군 공항은 담당 부대의 장에게 최종 결정권이 있다. 군 공항인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이하 11전비) 단장에게 결정권이 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행정당국이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 의견을 수렴해 확실한 커퓨타임 유지 동의 의견을 내줘야 한다'는 11전비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 시는 동구청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확실한 '동의' 의견을 제출하고, 커퓨타임 유지 기간도 무기한으로 못박아 줄 것에 동의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의 민원이 잦은 동구청은 답답한 상황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투기 소음 민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 민항기 소음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커퓨타임이 단축된 지난 4년 간 주민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태여서 커퓨타임 현행 유지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만약 대구시와 동구청의 협의가 장기화되거나 무산된다면, 최악의 경우 커퓨타임이 종전처럼 8시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항공업계는 이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최근 이어진 대구공항의 상승세가 단번에 꺾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커퓨타임은 2시간 운행을 덜 하는데 끝나지 않고 항공사 운항 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며 "만약 예년으로 돌아간다면 하루 10편에 가까운 항공편이 사라지고, 연간 50만명의 이용객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시는 동구청에 '소음 피해가 심한 지역에 복지시설을 건립하는 등 숙원사업이 있다면 서면으로 전달해달라'는 당근책까지 제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소음 문제와 공항 활성화 문제를 모두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늦어도 이달 말까지 협의를 완료할 것"이라고 했다.
11전비 관계자는 "요구안이 접수될 경우 원칙에 따라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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