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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동체 회복 할매할배의 날] <2>할매할배가 전하는 인성교육

지난 6월 12일 의성군 금성면 대리3리 경로당에서 열린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지난 6월 12일 의성군 금성면 대리3리 경로당에서 열린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2>할매할배가 전하는 인성교육

'헬조선'이란 말이 있다. 너무도 살기 어려워 우리나라가 마치 지옥 같다고 요즘 청년들이 만든 말이다. '수저론'이란 단어도 있다. 요즘에 조선시대처럼 신분 구별이 생겨 경제력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자조 섞인 유행어다. 21세기를 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로 회귀했다.

◆왜 인성교육이 필요한가?

이유는 인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인생의 판단 기준을 경제력에만 두는 지금, 서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은 학력 만을 최고 가치로 요구하는 사회, 이곳에서 아이들은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기 어렵다.

경상북도가 지난 2014년 제정해 시행 중인 '할매할배의 날'은 인성교육을 통해 '헬조선'과 '수저론'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도화지 상태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그리든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세상은 분명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더불어 살아갈 때 세상은 더 아름답고 행복하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거나, 영어 단어 하나 더 아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인간답게 사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야 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석학들은 4차 혁명 시대 인공지능 접목을 통한 산업, 사회의 변화는 인간이 하던 일의 대부분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즉, 인간의 특성인 창의성, 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존 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이 아닌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성이 중요하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학력으로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없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가치관을 갖지 않도록 아이들의 미래를 인성으로 채워야 한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반영한 경상북도 '할매할배의 날'은 지난 2016년 교육부 인성교육 종합계획에 반영됐다. 경북도는 3대가 함께하는 각종 공감 활동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에게 바른 인성함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할매할배와 손주 간 관계 회복 프로젝트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이 지난달 27일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경로당에서 열렸다. 경북도 제공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이 지난달 27일 청도군 운문면 대천리경로당에서 열렸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에는 경북지역 정서의 특성상 부족한 표현력을 교육을 통해 긍정의 표현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교육 참가자들이 손주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게 목표이다.

구체적으로 조부모가 손주들을 만났을 때 활용하도록 SNS 메신저 사용법, 이모티콘 활용법 등을 교육한다. 또 손주세대가 관심을 갖는 요리, 미술, 패션 등도 가르쳐 할매할배들이 손주들의 문화에 친숙하게 다가갈 기회를 준다.

동화 구연, 쿠킹 교실에 더해 할매할배와 손주들이 서로 편지를 쓰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며 소통할 수 있게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르신 만족도가 높아 지난 2015년 4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것을 올해는 23개 시·군 거점 경로당 및 마을회관 어르신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확대 진행하고 있다.

지역 한 여론조사 기관이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 효과를 조사(2016년 12월)한 결과 교육 후 손·자녀와 관계 및 의사소통에 좋은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밥상머리 교육'으로 소통하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아이가 세 살이 되면 버릇들이기를 시작했다. 기본적인 수저 사용법, 어른에게 대답하는 법 등을 선조들은 밥상에서 식사예절을 통해 훈육했다.

그 하나가 '식시오관'(食時五觀·식사할 때 지켜야 할 다섯 가지)으로 대표적인 밥상머리 교육 전통 중 하나이다.

첫째 음식에 들어간 정성을 헤아리고, 둘째 오늘 내가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를 성찰하며, 셋째 입의 즐거움과 배부름을 탐하지 않는 절제를 배우고, 넷째 음식이 약이 되도록 골고루 먹기를 배우며, 다섯째 마지막으로 인성을 갖춘 후에야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식시오관 내용은 식사 한 끼가 내게 오기까지의 수고와 고마움을 느끼며 식사하라는 의미도 담겼다. 우리 선조는 밥상머리 교육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와 인내, 배려 등을 익힌 것이다.

저 멀리 유대인도 식사를 하면서 부모로부터 배려와 예절, 존중, 나눔을 배운다고 한다. 유대인 교육법을 배우고 자란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식사 시간마다 벌어지는 격렬한 토론 때문에 나는 끊임없이 읽고, 생각하고, 상상해야 했다"고 했다. 밥상머리 교육은 사회에 필요한 덕목과 창의성도 길러준다는 의미이다.

할매할배의 날 밥상머리 교육은 3대가 함께 소통하는 장을 통해 가족의 화합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방향을 제시한다. 지난 2015년부터 62곳 초등학교 부모, 조부모, 학생을 대상으로 밥상머리 예절교육과 서로 간 소통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족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준다. 올해는 초등학교 23곳과 유치원 18곳에서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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