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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북면 일대 사라지는 해안선

도로 폭 2m 확장 위해 폭 10m 해안선 6㎞ 훼손

6일 울릉군 북면 추산마을 앞의 자연스럽던 해안이 육지에서 옮겨온 바위를 쌓아 만든 옹벽으로 뒤덮여 있다. 주민들은 도로 폭 2m를 확장하려고 폭 10m 이상의 해안선을 망가뜨리는 공사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도훈 기자
6일 울릉군 북면 추산마을 앞의 자연스럽던 해안이 육지에서 옮겨온 바위를 쌓아 만든 옹벽으로 뒤덮여 있다. 주민들은 도로 폭 2m를 확장하려고 폭 10m 이상의 해안선을 망가뜨리는 공사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도훈 기자

6일 오후 울릉군 북면 추산마을 앞 바닷가.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울릉도를 상징하는 검은색 조면암이 들쭉날쭉 이어지며 절경을 자랑하던 곳이다. 1년 사이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육지에서 옮겨온 바위를 쌓아 만든 옹벽이 바닷가 바위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옹벽은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일주도로에서 바다 쪽으로 어림잡아 10m 이상 뻗어나와 멀리 평리까지 이어진다.

국내를 대표하는 해양관광지인 울릉도의 해안선이 망가지고 있다. 섬에서 유일한 간선도로인 해안 일주도로를 확장하는 공사 때문이다.

경북도는 1천424억원을 들여 지난해 초부터 울릉 일주도로(국가지원지방도 90호선) 개량공사를 하고 있다. 도로 20.44㎞ 구간 내 일부 구간 도로 폭·선형 개량, 터널 확장·신설, 낙석구간 안전시설 설치, 도로 포장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울릉 일주도로 개량공사 구간. 매일신문 DB
울릉 일주도로 개량공사 구간. 매일신문 DB

해안선 훼손 문제는 북면 도로폭 확장공사 구간에서 불거졌다. 북면은 울릉도 내에서도 해안 절경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도로폭 확장 구간은 북면 평리~추산, 천부~죽암~선창을 잇는 2개 구간 약 6㎞. 울릉도 북쪽 해안 길이가 대략 14㎞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곳 도로 폭은 평균 6m 정도로 폭을 8m로 확장하는 게 공사 목표다.

주민들은 도로 폭 2m를 늘리려고 폭 10m 이상의 해안선을 망가뜨리는 공사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로 폭 끝에서 수직으로 옹벽을 쌓으면 해안선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완만한 경사로 옹벽을 쌓다 보니 해안선이 심각하게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울릉도 여건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설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수직으로 옹벽을 쌓으려면 왕복 2차로인 도로의 절반을 침범해야 하는데, 일주도로 외에 우회도로가 없는 지역 여건상 차량 교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택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주민은 설계 내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고, 이런 방식인 줄 미리 알았다면 기를 쓰고 반대했을 것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2015년 6월 일주도로 개량공사와 관련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다는 한 주민은 "설명회에선 도로 폭을 넓힌다는 얘기만 있었을 뿐 공사방식에 따른 해안선 훼손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확인 결과 주민설명회 당시는 설계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고 설계가 마무리된 것은 4개월 뒤였다.

이런 이유로 발주처인 경북도와 울릉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주민은 "진지한 고민 없는 경북도의 개발 논리와 울릉군의 무관심이 불러온 결과"라며 "개발과 보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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