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JTBC 대선후보 토론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강성노조 탓만 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향해 이렇게 쏘아붙였다.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게 1~2%도 안 되는 노조입니까? 아니면 재벌입니까? 재벌 개혁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어떻게 줄곧 노조만 탓합니까."
당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재벌 개혁에 대해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공정 경제와 재벌 개혁은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 구호였다.
대통령 취임 1년 2개월 후인 지난달 9일. 문 대통령은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보수 진영은 '투자·일자리에서 긍정적 신호'라며 환영했고, 진보 진영은 '친기업 선회, 이재용 면죄부'라며 경계했다. 급기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6일 이재용 부회장을 방문하자, 진보 진영에서는 난리가 났다. '구걸 행각'부터 '재벌 개혁이 물 건너갔다' '재벌-지주동맹에 넘어갔다' 따위의 탄식이 쏟아졌다.
진보 진영이 정부의 재벌 개혁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달 진보 진영 학자 323명은 "재벌 개혁의 최적기를 맞았음에도 지난 1년간 정부가 한 것이 거의 없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현 정부가 관료들의 사탕발림에 빠져 재벌이 주는 즉각적인 단기적 효과, 고용을 부탁하는 그런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정부의 경제기조는 경제 회복과 재벌 개혁,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지만,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일자리·투자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싸잡아 '재벌 개혁 후퇴'쯤으로 여긴다.
문 대통령은 경기 악화, 일자리 감소로 인해 다소 초조한 모습이다. '성과 조급증' 내지 '실적 강박증'에 걸려 있다고도 한다.
요즘 문 대통령은 규제 개혁을 통한 활로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렇지만 진보 진영은 물론이고, 민주당에서조차 냉소적이다. 규제 개혁은 '대기업의 먹잇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더 큰 폭의 규제 개혁을 원하는 한국당과 가까워 보이니 아이러니다. 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규제 개혁을 밀고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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