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여러 가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오죽하면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심리적 용어가 쓰이고 있을까.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은 스트레스 증상으로 일본의 나쓰메 마코토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그렇듯 현대인들은 스트레스 혹은 인간관계에서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가면의 역사는 원시시대부터 시작되어, 동·서양을 불문하고 나타나기 시작됐다. 인류의 가면은 동굴에서 살던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가는데, 주로 제의(하늘이나 자연에 드리는 제사)와 관련이 있었다.
가면이 연극에서 사용되어진 시기는 그리스 시대로부터 현대까지 내려온다. 우리나라의 여러 제의에도 가면이 사용되었고, 이집트의 귀족들은 미라에 가면을 씌우기도 하였으며 그리스와 같은 고대 문명에서도 가면이 등장한다. 현재에는 미국,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의 원주민들이 있는 곳에서도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알게 해주는 역사적 자료로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가면의 의미는 단순한 치장의 도구가 아닌 그 사회의 종교를 포함한 사회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로 존재한다.
현대에 '페르소나'라고 일컫는 말은 흔히 비유적으로 '가면'이라는 말로 통용되는데, 사실은 '인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말의 어원은 고대왕국 에트루리아 지방의 죽은 자에게 씌우는 가면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대부분의 가면은 성격과 지위 그리고 인격을 나타내는데, 가면을 이용한 공연예술 중에는 이탈리아의 코메디아 델아르테(Commedia dell'arte)와 우리나라의 가산 오광대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두 공연 양식의 공통점은 가면 자체가 극중 인물의 운명을 결정지었으며, 배우가 표현하는 감정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나는 코메디아 델아르테의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 적이 있었다. 6·25 참전용사가 자신의 일화를 이야기는하는 것이었는데, 즉흥적으로 5분만에 만들어냈다. 가면의 모양을 분석하고 써보니 막힘없이 대사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면 때문에 자신을 숨길 수 있어 편하기도 했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가면이 주는 묘한 두려움도 느꼈다.
현대인들도 이중, 삼중, 다중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서 다른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가면의 이면 속에 감춰진 진실과 본질이 탈로날까봐, 두려움도 느낀다. 적당한 선에서의 선한 가면은 우리 삶에 윤활유 역할을 하겠지만, 위선을 포장한 악을 탈은 본인 뿐 아니라 주변까지 피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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