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양 뒷골목에 '검계'(劍契)라는 왈짜패가 있었다. 도박장이나 기생들을 관리하면서 이권을 두고 폭력을 일삼았던 무리이다. 흥미로운 것은 '검계'가 상당한 조직과 규율을 갖췄으며, 몸에 칼자국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론과 사회학자들이 분석한 우리나라 조직폭력배(조폭)의 내력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공간의 '낭만파 주먹 시대', 자유당 시절의 '정치 깡패 시대', 군사정권의 숙청에도 불구하고 되살아난 조직들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인 '전국구 주먹 시대', 그리고 오늘날의 '기업형 조직폭력 시대'가 그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 상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자칭 '협객'이 서울 명동과 종로 거리 등에 나타났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널리 소개된 '장군의 아들' 김두한과 '시라소니' 이성순, '신마적' 엄동욱 등이 그들이다.
1945년 이후 해방 공간의 좌우익 이념 대립 속에서 조폭은 정치권과 연결되었으며, 이승만 정권 때는 '정치 깡패'로 변신했다. 이정재와 유지광 등이 속한 '동대문 사단'은 정치 테러까지 자행했다. 1957년 5월 서울 장충단공원에서 발생한 민주당 시국강연회장의 폭력배 난동 사건이 그 사례이다.
그러나 5·16 군사정권의 숙청으로 이정재 등 몇몇 수괴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정치 깡패 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5공 신군부의 삼청교육대 시련을 겪고도 1980년대 후반에는 '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 전국구 조직이 부활했다.
조직과 자금력을 확보한 이들이 정치 무대로 눈을 돌리면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1987년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인 이른바 '용팔이 사건'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권의 '범죄와의 전쟁'으로 조폭은 다시 된서리를 맞게 되고, '기업형 조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직에 대한 갈증이 있는 정치인과 합법적인 외형을 갖춰야 하는 조폭의 은밀한 공생관계는 어쩌면 영화 속의 한 장면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유착설 진실 공방이 어떻게 결론 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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