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이 자기 당의 기초의원 길들이기에 나서 비난을 받고 있다. 해당행위를 한 기초의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가 이들 의원들이 탈당계를 던지면서 공당으로서 체면만 구긴 것이다.
한국당 대구시당은 최근 서구의회와 달서구의회 의장단 선거 때 당론에 불복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표를 던지거나 담합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원회를 열어 구의원 3명에게 '당원권 2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한국당을 탈당했다.
이번 한국당 대구시당의 기초의원 중징계는 정당과 국회의원의 갑질이자, 기초의원은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에 대항하지 말라는 경고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당정치를 바탕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에서 당론은 중요하다. 정당에 소속된 의원은 결정된 당론에 따를 의무가 있다. 하지만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의 의무에 대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올바른 소신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기초의원들 역시 지역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로 당선된 주민의 대표다. 기초의원들의 소신은 인정하지 않고 당론에만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서구의회와 달서구의회에서 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의 표 이탈은 폐쇄적인 정당 정치라는 어려운 현실적 구조에 대항한 용기라고 볼 수도 있다. 기초의원이 자유의지에 따라 소신에서 비롯된 의사표시라면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대구 기초의회에 풀뿌리 정치가 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특정 정당의 일당 독점 구도가 깨졌고, 정치 지형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 일당 합의기구나 다름없던 대구 기초의회에서 경쟁과 협상, 대립과 협치라는 정치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한국당의 기초의원 징계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풀뿌리 기초의회 정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기초의원은 당과 국회의원의 소모품이 아니다. 줄 세우거나 군기를 잡으려 하지 말고 기초의원들의 소신을 존중하고 소중히 여기는 한국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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