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처음 내려진 운문댐 녹조 경보를 계기로 대구 주요 식수원 오염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도의 수처리 과정을 거쳐서 마셔도 안전하다는 정부·대구시 입장과 먹이사슬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환경 전문가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하천 상류의 운문댐 맑은 물조차 '수질오염' 겪나
녹조현상은 수질악화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지난 8일 운문호에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된 것은 그간 대구시민이 깨끗하다고 믿고 마시던 하천 상류수조차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음을 의미한다.
운문호는 청도 운문면 주변을 흐르는 밀양강 지류 동창천의 상류 맑은 물을 댐으로 가로막아 모으는 대규모 호수다. 대구시는 이 곳에서 원수를 취수한 뒤 정수처리 등을 거쳐 동구, 수성구, 북구(대현동) 등 대구 동부권에 수돗물을 공급해왔다.
이번 운문호의 녹조현상 원인은 장기화한 폭염과 주변 민가 및 음식점 등에서 배출하는 하수, 쓰레기 등 때문으로 추정된다.
녹조현상은 주로 강·호수 등 민물에서 떠다니며 자라는 짙은 녹색 식물플랑크톤 '남조류'가 수온 20도를 웃돌 때 급격히 번식해 물이 녹색을 띄는 현상이다.
남조류는 세포 내에 엽록소를 지녀 광합성을 하며 질소·인 등 영양물질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영양물질은 세제 등 생활하수, 공장 산업폐수, 생활쓰레기, 농경지 비료 등을 통해 하천으로 유입된다.
이처럼 수중 영양물질 함량이 늘어나는 부영양화가 일어난 가운데 수온이 오르고 물마저 정체되면 수면층 수온이 지속적으로 올라 녹조 번식에 유리한 여건이 형성된다.
그 대표적인 곳이 낙동강이다. 구미국가산단, 대구 성서·달성·서대구산단 등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이 밀집해 오·폐수 방류가 잦은 데다 4대강 보 설치로 유속도 느려져서다.
환경부는 "가뭄과 폭염에 따른 수온 증가, 보 설치와 준설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가 낙동강 녹조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녹조가 수면을 뒤덮으면 수중 식물이 광합성을 하지 못한 채 호흡량이 늘면서 수중 산소가 줄어든다. 어패류는 부족한 산소량과 아가미 등에 걸리는 조류로 인해 호흡 곤란에 처한다. 녹조현상이 장기화한 하천에서는 수중에 각종 동식물 사체가 쌓여 수질오염이 더욱 심화한다. 매년 녹조현상을 앓던 낙동강은 물론이고 운문호까지도 수질악화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정수처리해 안전" vs "먹이사슬 거쳐 인간도 피해"
일부 유해 남조류는 이를 섭취하는 생물의 건강을 직접 해칠 수도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사람이 먹는 물만큼은 정수처리를 거치니 안전하다는 것이 환경부와 대구시 입장이다. 하지만 환경 전문가들은 '먹이사슬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반박한다.
환경부 지정 유해 남조류 4종(마이크로시스티스, 아나베나, 오실라토리아, 아파니조메논)은 마이크로시스틴, 아나톡신, 삭시톡신 등 독소를 품고 있어 물의 흙·곰팡이 냄새를 유발하거나 포유류의 간·신경계를 해친다.
아직 국내에서 인체 발병사례가 나온 적은 없지만 물고기와 조류가 죽은 사례가 있고 호주에서도 1878년 처음 녹조로 인해 동물이 폐사한 이후 세계 각지에서 가축과 야생동물이 건강과 목숨에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들은 이런 물을 농업용수로 쓸 때 농작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대구환경청과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는 취수 시 조류 유입량이 적고 고도정수처리 과정도 거치므로 먹는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운문댐과 낙동강 문산·매곡정수장은 상수원 취수구를 수면보다 8~10m가량 아래 설치하고서 심층수를 취수한다. 녹조가 주로 번식하는 하천 표층보다 조류 개체수가 적어 수돗물 생산용 원수에 유입되는 양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천 전문가 입장은 다르다. 먹는 물만 피한다고 해서 먹이사슬을 거쳐 고스란히 인체에 전달되는 유해물질까지 모두 피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녹조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서 수돗물 정수처리에 드는 경제적 비용 부담과 생태계 파괴를 모두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재현 대한하천학회 부회장은 "먹는 물이라는 것은 식수로 직접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음식을 통해 간접 섭취하는 수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오염된 하천수를 정수처리하면 수돗물 안전은 확보할 수 있지만 함께 오염된 동식물을 섭취해 장래에 입을 피해까지 막을 수는 없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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