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토교통부 늑장 행정이 BMW 차량 화재 사태 키웠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꼬리를 무는 BMW 차량 화재 사고와 관련해 ‘긴급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의 운행 정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8일 긴급 브리핑에서 김현미 장관은 “터널이나 주유소 등 공공장소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국토부가 수수방관하며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태를 더욱 키웠다”면서 크게 반발한다.

올해 들어 화재가 난 BMW 차량은 모두 36대다. 1~5월까지 16대가 불이 난 데 이어 지난달에만 12대, 8월 들어서도 벌써 8대가 불에 탔다.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냉각수 누수 문제만 짚었을 뿐 정확한 발화 원인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BMW도 문제지만 소비자들은 국토부의 늑장 행정과 소극적인 일 처리에 더욱 분통을 터뜨린다. 국토부가 뒷짐만 지고 있다가 7일 이낙연 총리가 “법령의 제약이 있어도 국토부가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라”고 일침을 놓자 뒤늦게 나선 것은 한심한 일이다.

만약 국토부가 초기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으로 제조사에 원인 규명을 압박하고 강제 리콜 등 대응 조치를 했다면 상황이 크게 달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토부의 안이한 판단과 소극적인 대응이 결국 이번 화재 사고를 사회문제로까지 키운 셈이다. 이런 부실한 행정 처리로 인해 제조사가 2년 넘게 원인 규명을 게을리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번 BMW 사태를 계기로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운행 정지 명령 등을 규정하는 자동차관리법부터 개정해야 한다.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해 제조사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이런 후속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고의적인 결함 은폐나 축소 등 제조사의 책임 회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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