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무늬만 박물관', 운영 및 프로그램 개선해야

대구경북 소재 박물관 가운데 하루 평균 관람객 100명 미만인 곳이 절반을 넘는다고 하니 박물관 명칭이 아까울 정도다. 심지어 하루 관람객 10명이 채 되지 않는 곳도 여럿이라니 ‘무늬만 박물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기껏 박물관을 만들어 놓고, 고스란히 방치하는 곳이 많다는 점에서 ‘문화’라는 말을 꺼내기도 부끄러운 상황이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을 보면 대구경북의 박물관 운영 실태는 한심스러운 수준이었다. 대구 국·공·사립·대학 15개 박물관 가운데 6곳이 하루 평균 관람객 100명 미만이었고, 그중 2곳은 10명 미만이었다. 경북 66개 박물관 가운데 41곳이 하루 평균 관람객 100명 미만이었고, 그중 5곳은 10명도 채 찾지 않았다.

국립 경주·대구·포항등대박물관 등은 그런대로 돌아가는 편이지만, 문제는 상당수 공립·대학 박물관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점이다. 공립 박물관은 시·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고는, 운영 부실 및 볼거리 부족으로 ‘예산 먹는 하마’ 신세다. 유치원·초교생 등 단체관람을 빼면 관람객이 없다. 전문인력 없이 일반직 공무원 2, 3명으로 운영하다 보니 관람객이 흥미를 가질 리 없고, 그저 문만 열어 놓았을 뿐이다.

가장 이해 못 할 곳은 부실한 대학 박물관이다. 경주대 박물관과 위덕대 박물관 등은 하루 평균 관람객 5명 이하라고 하니 기가 찬다. 이들 대학은 입지나 볼거리, 예산 등에서 불리함을 갖고 있기에 관대하게 넘길 수도 있지만, 국립 경북대 박물관마저 이렇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보물 7점 등 7천329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면서 하루 평균 관람객 44명에 불과하다면 전시 및 운영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물관은 지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기반 시설이다. 박물관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면서 아무리 ‘문화 도시’ ‘문화 창달’을 외쳐봐도 소용이 없다. 정부·지자체 지원 및 기업 협찬 등을 통해서라도 창의적이고 참신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관람객을 유인해야 한다. 지자체와 대학이 박물관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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