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문턱을 대폭 낮춰 새로운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현역 당협위원장 교체 작업을 통해 대대적인 인적 개편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또 자신을 둘러싼 차기 당 대표 도전설과 여권의 '러브콜'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보수정당 재건 작업에만 매진하겠다'는 진정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매일신문 등 전국 9개 유력 지방지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공동인터뷰를 통해 정치 전반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비대위원장직에 오른 지 20여 일을 갓 넘긴 그는 이날 "처음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내가 구상한 일들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막상 정당에 들어와서 보니 생각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당 개혁 작업)
-한국당내 비대위원장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규정해 달라.
▶당헌·당규에 명시된 것처럼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이고 당 대표로서 권한을 모두 갖는다. 따라서 다음 전당대회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갈 수 없는 것 아닌가. 비대위는 늦어도 내년 2~3월이면 끝날 것 같다.
- 일각에선 21대 총선 공천권까지 갖는다는 주장도 있다.
▶비대위 체제가 길게 가봐야 내년 초순 정도일 텐데 그 때가 되더라도 공천은 훨씬 더 뒤의 문제다. 따라서 공천권한은 비대위에 없다. 다만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있다.
하지만 공천권이 있다고 한들 대표가 공천권을 100% 행사할 수 있나. 지금까지 못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
결국 제일 핵심은 공천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공천제도를 다음 당 대표가 다시 역류시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민이 지지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공천제도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추후 어떤 당 대표가 오더라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공천제도를 비대위에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현재 비대위에 공천제도 소위원회 만들어서 공천제도 논의를 시작했다. 다만 국민이 그럴듯하다고 느낄 만한 현실 가능성이 있는 제도가 있을지가 걱정이다.
- 지난 총선 과정 중 새누리당에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 우리 정치 환경에서 국민의 냉소가 심각하다. 정치를 해야 할 사람이 정치를 안 한다고 한다. 공천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봐야 바람직한 사람들이 안 들어 오면 의미가 없다.
공천제도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인재풀을 만들어야 한다. 잠재적인 자원들을 확보해서 젊은 세대들이 스스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 그러기 위한 복안은.
▶ 정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인재풀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이뤄져야 좋은 공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현재로선 두 가지를 다 하려고 하지만 이것도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치를 하려고 나서는지의 문제와 기성 정치인들 사이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양성하는 분위기 조성이 쉬운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 청년들의 정치 참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젊은이들 가운데 정치를 할 수 있을지, 또 당의 문턱이 높아 못 넘을 것이라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와 함께하면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역사적 사명감을 느끼게 하고 문턱을 낮추는 것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그래서 여러 분야의 청년들과 많은 얘기를 하려고 한다. 현재도 영입하려는 청년 인재풀은 많다.
- 김 위원장의 현재 행보가 결국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차기 당권에 도전할 경우 내가 지금 추진하는 개혁작업이 뭐가 되겠는가. 결국 내 욕심을 위해 만들어 놓은 거라고 비판받지 않겠는가. 내 역할은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이면서도 공정한 룰을 만드는데 그치는 것이지 거기서 더 욕심을 낸다면 내가 지금 하는 일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당내 분란을 막고 보수층의 재도약을 위해 내가 차기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일은 절대 없다.
- 여권이 협치를 주장하면서 국무총리직을 제의한다면.
▶ 가능성 제로인 문제에 대해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현 정권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온다고 해도 받아들일 가능성 역시 없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내가 추진하는 개혁작업에 방해나 오해 사는 일은 앞으로 절대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정치 전반)
-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를 진단해 달라.
▶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지 않았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나라가 잘 안 돌아가니까 답답해서 나섰다.
우선 경제분야의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소득주도성장은 외국에서 잘 못 가져 왔다. 내수중심 경제 국가의 경우라면 소득 하위 계층을 잘살게 하고 다시 내수가 활성화되는데, 우리같이 수출주도형 국가는 내수만 살려서 안 된다. 오히려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려 경제는 더욱 나빠진다.
외교안보도 잘못됐다. 평화를 이루는 데는 두 개의 축이 있다. 하나는 대화와 타협과 협상이라는 축과 또 하나는 실질적으로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튼튼한 국방력과 공동제재 등이다. 두 개가 동시에 굳건하게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지금 대화만 강조하는 반면 국방 측면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다.
- 여권에서 야당과의 협치 내각 제안했는데.
▶ 연정도 그렇고 어느 정도인지와 어떤 수준으로 협치할지가 구체적으로 나와야 답을 하는데, 저쪽의 제안은 너무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국가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해서 개선점을 찾는 게 진정한 협치이지, 야당출신으로 관련부처 장관만 앉혀 놓으면 그게 무슨 소용인가.
- 총리추천제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지금 여당이 한국당까지 포함해서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자는 문제엔 동의한다. 지금 헌법상 총리는 국정을 총괄한다고 돼 있다. 국무위원 제청과 해임권한이 있다. 하지만 지금껏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 한번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 청와대에서 넘어오면 사인만 하는 총리였다. 만약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하게 되면 총리의 권한을 청와대가 쉽게 가져가지 못하게 되는 만큼 보다 쉽게 연정이나 협치가 가능해진다.

(지방분권)
- 지방분권이 앞으로 성공하고 자리를 잡으려면 어떤 과제가 있을까.
▶ 현재 중앙정부가 지나친 권한을 갖고 있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할 것들도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과감한 분권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분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약하다. 강하게 분권을 추진해야 할 지방의회와 단체장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현실이다.
중앙집권과 지방분권 체제 가운데 어느 것이 절대 옳다는 답은 나와있지 않다. 하지만 답이 없을 땐 권력을 주인 가까이 돌려주는 지방분권 체제로 가야 하는 게 정답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입장은.
▶어느 쪽이든 개편되면 우리 정치는 나아질 것이 확실하다.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켜 자연스럽게 분권이 이뤄질 것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교육감 직선제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 저는 기본적으로 정당참여주의자다. 정당이 선거를 하는 조직인데 선거에 관여를 못 하면 말이 안 된다. 정당이 공천을 못 하게 하는 나라는 미국 등 일부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정당들은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하고 있다.
정당공천 문제가 심각한 것은 지역주의 때문이다. 특정 지역의 경우 공천 주면 당선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정확한 답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공천제도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문화가 잘못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문화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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