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참외 저급과 제2수매장 건립 시작부터 암초

대상지역 주민들 '마을 앞 설치 절대 안 된다' 반발

성주참외 저급과 제2수매장 건립 추진단이 13일 열린 설명회에서 벽진면 가암2리 주민들에게 가암2리를 최적지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성주참외 저급과 제2수매장 건립 추진단이 13일 열린 설명회에서 벽진면 가암2리 주민들에게 가암2리를 최적지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벽진면 주민들은 안 그래도 퇴비공장 등으로 오래 전부터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곳에 악취 유발 시설을 또 건립하겠다는 것은 (우리 보고)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주참외 저급과(발효과, 기형과 등) 제2수매장 건립이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성주참외 저급과 제2수매장 건립추진단(단장 전수곤 성주군의원·이하 추진단)이 13일 성주군 벽진면 가암2리에서 실시한 설명회에서 참석 주민들은 하나같이 "마을 앞 설치를 절대 반대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인근 가암1리와 본계리 등의 주민도 다수 참석해 수매장 설치에 따른 환경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가암2리 택정마을은 추진단이 성주군 내 3곳 후보지 중 최적지로 판단한 곳으로 이날 설명회가 마을주민과의 첫 대면 자리였다.

성주참외는 지난해 저급과 유통근절 수매사업 등으로 5천억 원의 조수입(비용을 포함한 수입)을 달성했다.

하지만 올 2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1만1천t의 저급과가 수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 9천611t 보다 15%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성주군의 참외 저급과 처리가능 용량은 농업기술센터 제1수매장의 참외원물 보관 6천t과 퇴비화시설 2천t 등 8천t에 그쳐 용량이 3천t 부족, 환경오염 우려가 큰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55억원을 투입해 참외원물 보관 5천t 규모의 참외 저급과 수매 및 처리시설 설치 계획을 세우고 벽진면 가암2리 앞 고속도로 부근을 최적 부지로 판단했다.

설명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건립추진단이 설명할 사이도 없이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나왔다. 한 주민은 "이곳을 이미 (설치 장소로) 결정해 놓고 의견을 들으러 온 것 아니냐"며 따졌다. 그는 "설치 후보지는 옆 동네인 가암1리 상수도 관정과 거리가 50m에 불과하다. 무슨 말을 해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단이 가암2리를 최적지로 판단한 이유도 반발을 불렀다. 전수곤 추진단장이 진입도로와 땅값, 매입 과정이 다른 후보지 보다 용이하다는 배경 설명이 기름을 부은 것. 또 다른 주민은 "악취가 나는 혐오시설을 좋아할 마을이나 주민이 어디 있느냐"며 "관련 기관에서 일하기 좋을 곳만 찾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니냐. 민가와 멀리 떨어진 군유지 등 다각적인 검토를 하라"고 성토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마을 뒤 골짜기는 마을 앞 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의견과 '앞이 안 되면 뒤도 안 돼야 일관성이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또 일부 주민은 '꼭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마을 앞은 안 된다'는 님비현상을 보이면서 이날 설명회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성주참외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데 앞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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