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신분제의 모순과 기아(飢餓)의 고통에 시달리던 프랑스 민중은 혁명의 횃불을 들었다.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공화국을 선포했다. 하지만 혼란과 굶주림은 더 가중되었다.
혁명 지도부는 외세의 침입과 내부의 반란에 맞서면서 한편으로는 권력 다툼을 벌였다. 전쟁과 혁명의 아수라장에서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급진파가 정권을 장악해 '최고 가격제'를 실시하면서 일시적으로 물가가 안정되었다. 그러나 허구한 날을 반혁명분자 처형으로 보내다가 쫓겨났다. 물가는 다시 뛰어올랐다.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이 등장하는 것도 그즈음이다. 장발장은 배고픈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탈옥을 시도하다 결국 19년의 징역을 살았다. 소설 속 '장발장'은 그 후 '생계형 절도범'의 대명사가 되었다.
2010년 미국에서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던 현대판 장발장이 재심 절차에 따라 13년 만에 풀려난 사례가 있었다. 코레고리 테일러라는 40대 남성이 배가 고파 교회 주방에 침입했다가 체포되었는데, 앞서 벌인 절도죄 등에 대한 가중처벌법에 따라 중형에 처해진 것이었다.
올 초 우리나라 특별사면 대상자에도 장발장이 상당수 포함되었다. 밤중 슈퍼마켓에 들어가 소시지 19개와 과자 1봉지를 훔쳤다가 징역 8월이 선고된 수형자, 시가 5만원 상당의 중고 휴대폰을 훔친 죄로 6개월의 징역을 살게 된 사람도 있었다.
생계형 범죄의 발생 빈도는 서민 경제의 궁핍과 비례한다. 팍팍한 살림 속에서 아이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었던 주부도 있고, 배고픔을 참지 못해 식료품을 훔친 사연도 있다. 빈부 차이가 심해지고 사회 양극화가 노골화될수록 장발장은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확정 고시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가게나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장발장을 더 늘리는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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