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선달의 골프알까기 유머]<10>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한민국 캐디

캐디는 4D(버D, 잔D, 핸D, OECD) 업종

우리나라 골프장 캐디의 수준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클럽 챙겨서 갖다 주고, 비거리 불러 주고, 공 닦아 주고, 라인까지 봐 준다. 게다가 스코어카드 점수도 다 적어준다. 여름에 더우면 마른 수건 챙겨주고, 비가 오면 그립에 신문지까지 말아준다. 이 정도면 울트라 슈퍼 짱 캐디라 불릴 만하다.

골프에서 스코어를 잘 내는 것이 클럽 길이와는 반비례한다고 한다. 드라이버보다는 아이언, 아이언보다는 퍼트, 퍼트보다 캐디의 볼펜 길이가 점수를 좌우한다. 캐디를 'caDDDy'라고도 쓴다. 3D 업종이라서 그렇다. 버D, 핸D, 잔D와 항상 함께 하기 때문. 그런데 골프 룰 중 하나인 OECD까지 합하면 4D 업종이 된다. 동반자들은 캐디가 4D 업종이 되지 않도록, OECD 계산은 직접 해주는 것이 캐디에 대한 예의다. 어차피 OECD는 그날 골프에서 돈을 가장 많이 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다.

대한민국 캐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만능 도우미다. 골프를 잘 치려면 캐디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캐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만능 도우미다. 골프를 잘 치려면 캐디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캐디는 방카족을 싫어한다. 카트를 타지 않는 '反Car族'. 건강을 위한 걷기 운동도 좋지만 플레이가 지연될 때는 반드시 카트를 타고 빨리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디 기준 굿샷(Good shot)은 Par4·5에서 카터길 옆인데 역세권으로 공을 보내는 고객이다. 카트 바로 옆이라 클럽을 전달하기에 좋다. Par3는 엣지(Edge), 볼을 안 닦아줘도 된다.

요즘은 젊은 남자 캐디가 많아지는 추세다. '보이스 캐디'(Boy's(?) caddy)로 곤혹을 치르고 경우가 더러 있다. 자기가 퍼트 잘못 해놓고 캐디를 나무라는 골퍼를 '무지개 매너'라고 한다. 해석하자면 "무지 개같은 매너".

마지막으로 캐디를 내 편으로 만드는 10가지 노하우를 알려준다. #1. 언니 대신 이름을 불러주고, 반말이나 극존칭은 쓰지 말자. #2. 당신의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이자 조력자이니 믿고 신뢰하자. #3. 어차피 찾기 힘든 공이라면 그냥 두라고 먼저 말하라. #4. 못 치면 내 탓, 잘 치면 캐디 덕으로 돌리자. #5.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6. 볼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시간이 아까운 줄 알라. #7. 에지 남보다 매너 남이 되자. #8. 센스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자. #9. 따뜻한 배려와 칭찬으로 캐디를 춤추게 하라. #10. 캐디피 봉투를 미리 준비하면 유종의 미!

골프유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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