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예산 한 푼 지원 않은 대구시

대구시가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행사에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처음 맞는 행사인데도, 관심과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이해하기 어렵다. 기림일의 취지도 바람직하고, 국가기념일이라면 대구시가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방관하고 외면했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됐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열린 기림 행사는 다채롭게 진행되긴 했지만, 규모가 작았다. 행사는 여성가족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민간단체가 마련한 예산으로 치러졌다고 하니 낯뜨거운 일이다.

대구시가 예산 한 푼 내놓지 않은 이유를 들어보니 더 황당하다. 지난해 11월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는 바람에 이미 지난해 8월 예산 편성이 끝나 관련 예산을 챙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행정체계를 잘 모르면 그럴듯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몇천만원 정도는 지원 가능하다.

대구시는 지금까지 위안부 피해자에게 이상할 정도로 옹졸하고 인색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구 서문로 곽병원 뒤쪽에 자리한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였다. 시민단체들이 고생 끝에 한 푼 두 푼 모아 2014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대구시는 ‘국가사업’이라며 외면하고 버텼다. 여론의 질타를 받고는 막판에 2억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돌아보고 민족정기를 세우는 일은 관민은 물론이고, 보수·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대구시의 행태는 뭔가 배경이 있지 않나 하고 오해를 받기에 딱 좋을 뿐이다. 대구는 위안부 피해자 모임과 운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대구경북에는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이 생존해 있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지원조례를 제정해 기림행사와 운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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