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경비원 일자리 안정자금은 관리비 안정자금?

일자리안정자금 받아도 경비원 임금은 그대로…관리비 줄이기에 사용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이 엉뚱하게도 아파트 입주민 관리비 절감에 쓰이고 있다.

전년보다 임금이 줄지만 않으면 지원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보니 지원금을 받고도 경비원 휴게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임금 인상폭을 줄이는 행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구 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손모(74) 씨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거의 못보고 있다. 관리사무소측이 휴게시간을 하루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면서 최저임금 상승분이 대부분 상쇄됐고, 실 수령액은 2만4천원이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런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경비원 1인당 13만원의 지원금을 더 받고 있었다. 손 씨가 근무하는 아파트단지에 경비원 33명이 근무하는 점을 감안하면 입주민들은 매달 429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손 씨는 “명목상 휴게시간이 늘었지만 업무 특성상 휴게시간이라고 일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이 직원 임금 인상에 쓰이지 않더라도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는 경비원에 대한 일자리안정자금의 지급 및 운영 기준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월 19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게 월 최대 13만원을 지급한다. 특히 경비업은 사업장 규모를 따지지 않고, 연장근로수당 등 초과급여가 40만원 미만이면 임금이 190만원을 넘더라도 지원이 가능하다.

지역 한 아파트관리업계 관계자는 “임금 수준을 고려할 때 아파트 경비원들은 대부분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 대상”이라며 “입주민들의 눈치를 보는 관리사무소는 지원금 사용처를 임금 인상에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실질적인 임금 인상분만큼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는 점은 맹점이다. 하지만, 고용주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일자리를 유지할 동기가 된다”며 “휴게시간을 늘려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하지 않는 건 근로감독으로 해결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올 들어 11만2천846명에게 일자리안정자금 584억2천여만원이 지원됐다. 지난해 대구시가 발행한 주택통계연감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9천300여명의 경비원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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