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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정 양 납치살인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로 되돌아보다, 수사팀이 기억하는 실마리는?

당시 유력 용의자 30대 남성 팔에 긁힌 자국 발견…경찰 "시신 유기 증거 없어 풀어준 게 아쉽다"

허은정 양 납치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년째 되던 2009년 5월, 허은정양이 살던 집은 잡초가 우거진 폐가가 됐고 방앞에 폴리스라인이 끊어진 채 붙어있다. 매일신문DB
허은정 양 납치살인사건이 발생한지 1년째 되던 2009년 5월, 허은정양이 살던 집은 잡초가 우거진 폐가가 됐고 방앞에 폴리스라인이 끊어진 채 붙어있다. 매일신문DB

허은정 양 사건 당시 수사는 크게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됐다. 대구경찰청 차원에서 꾸려진 수사본부는 약 100여명에 달하는 마을 주민들과 주요 용의자 행적 등 파악했다. 달성경찰서 형사팀은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에게 전담 형사를 지정해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했다. 지금도 당시 수사했던 이들 대부분 현직에 있다.

당시 할아버지 조사를 맡았던 한 형사는 "굿도 하고 최면 수사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묻지마는 절대 아니고 원한 관계가 확실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점과 시신 발견이 너무 늦은 점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당시 수사팀은 동네 사람들 중 1명을 유력 용의자로 짚었다. 시신 발견 장소 인근 식당에 살던 30대 남성이다. 해병대 출신에 홀로 살던 그는 그날 밤 논동에서 지인들과 술을 먹고 1시쯤 택시 타고 귀가를 했고 오전 10시까지 잠들었다고 진술했다. 이를 확인해줄 사람은 없고 본인 진술만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팔에 긁힌 자국도 있었다. 경찰은 산에 시신을 버리다 긁힌 것이 아니냐며 추궁했으나 그는 며칠 전 복숭아밭에서 긁혔다고 해명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모든 정황이 그를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었지만, 증거가 없어 풀어줘야 했던 게 아직도 아쉽다"고 말했다.

2008년 6월 26일 대구 달성경찰서가 허은정(11) 양 납치·피살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몽타주를 배포했다. 매일신문DB
2008년 6월 26일 대구 달성경찰서가 허은정(11) 양 납치·피살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몽타주를 배포했다. 매일신문DB

2009년쯤 수사본부도 해체됐다. 형사들 사이에선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100%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흔적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 사건이 장기 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한 수사팀 관계자는 "유가면은 옛날 수원 화성 같았다. 비슬산 자락에 자리 잡은 시골 마을이라 주변에 공장이 몇 개 있고 인구도 드물고 밤 되면 캄캄해 CCTV도 목격자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2013년 태완이법 시행 이후 허은정 양 사건은 대구경찰청 장기미제팀이 담당하고 있다. 오랫동안 책상에 묻어 뒀던 사건은 최근 성인이 된 허은정 양 동생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도우면서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경찰은 은정 양 동생의 진술을 참고로 수백여권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보면서 사건을 재검토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도움으로 기존 증거에 대해 재감정을 요청하는 등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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