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좋다'를 찾아보면 18개의 뜻풀이가 나온다. 18개의 뜻이 있지만 대부분은 '품질이 좋다'에서처럼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등이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에서 확장된 것들이다. '성격이 좋다'에서는 성품이나 인격이 원만함을, '체격이 좋다'에서는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 상태가 보통 이상임을, '날씨가 좋다'에서는 만족할 만한 맑은 날씨를 의미한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만족할 만하다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그런데 '좋다'의 의미는 사전에 있는 18개의 의미로도 잘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할 때, 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마음에 들 만큼 흡족하다'로 풀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사 '좋아하다'에 가깝다. 그리고 단순히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경우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라고 하면 용돈을 많이 주는 아버지가 될 수 있고, '좋은 학교'라고 하면 자기가 대학을 가는 데 유리한 학교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음흉한 생각도 흡족한 느낌을 준다면 '좋은 생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좋은 아버지', '좋은 학교', '좋은 생각'이라고 할 때는 단순히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름의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국 단위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 출제자들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참신한 문제를 '좋은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세상에 나오면 학생들은 자기가 아는 문제를 좋은 문제라고 하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는 언론의 바람과 반대로 아무런 오류나 논란이 없는 것을 좋은 문제라고 한다. 이처럼 올바름에 대한 생각이 없는 '좋다'는 아전인수가 되거나 때로는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난주에 우리 학교에서는 야구계의 전설인 이승엽 전 선수를 초청해서 특강을 했었다. 그의 강연을 한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그는 '좋은 선수'였고, 지금은 야구장학재단을 이끌며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상의 실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서 실력을 쌓은 올바른 선수였다는 것이고, 지금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인터뷰에서 사인의 희소가치를 위해 사인을 안 해준다고 말실수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며 팬 서비스에 소홀하지 않는 것도 그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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