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은행 채용비리 주요 증인들…"청탁, 특혜없었다. 알아서 채용한 것" 진술 번복

박인규 전 은행장과 경산시 간부 공무원 뇌물 관련 정황 뒤집어

경산시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대구은행 채용비리 사건 재판에서 주요 증인들이 박인규 전 은행장에게 불리했던 기존 진술을 모두 번복했다.

당시 경산시 세무과장이던 오 모 씨가 아들의 채용을 먼저 제안했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고, 청탁이나 특혜없이 ‘알아서’ 채용했다며 진술을 바꾸었다.

지난 14일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과 전 경산시 간부 공무원 오 씨가 연루된 뇌물 수수 사건 6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경룡 전 대구은행장 내정자와 여민동 전 경산영업본부장, 여동달 전 경산시청출장소장은 "경산시에 잘 보이려 아들 채용을 건의했고, 경산시에게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지난 5, 6월 대구은행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에선 "2013년 여름, 당시 세무과장이던 오 씨가 '아들을 대구은행에 채용해주면 대구은행에 유리하도록 시금고 선정 조건을 변경해주겠다'고 제안해 이를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박 전 은행장과 오 씨에게 각각 뇌물공여 및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이들에게 진술을 뒤집은 이유를 거듭 물었다. 여 전 출장소장은 “상황을 모면하려고 수사관이 하는 말을 그대로 수긍했다”고 주장했고, 김경룡 전 은행장 내정자는 “행사 일정 있어서 조사를 빨리 끝내려고 어쩔 수 없이 수사관의 말을 인정하고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의아하게 여긴 검찰이 “당시 검사도 몰랐던 내용인데, 어떻게 수사관이 말해줄 수 있느냐”고 되묻자 이렇다할 답을 하지 못했다.

박 전 은행장과 간부 공무원 오 씨의 뇌물 관련 혐의를 무력화하려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전 은행장이 뇌물공여 혐의를 벗으면 앞으로 계속될 채용비리(업무방해혐의) 사건 심리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면서 변호인의 조언을 받고 진술을 번복하는 일은 형사 재판에서 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에서 진술이 달라져도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결국 재판부가 하는 것"이라며 "남은 재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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