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간 대구의 밤을 밝혔던 요정 골목이 '풍류문화골목'이라는 테마형 골목으로 되살아난다. 근대골목투어 등 역사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해온 중구청은 기존 콘텐츠와 연계성에 주목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대구 중구 종로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목조 창틀로 장식된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다. 골목 벽면에는 국채보상운동 당시 집 한 채 값을 쾌척했다는 관기 '앵무'(염농산) 이야기 등 1900년대 종로에서 명맥을 이은 대구 풍류문화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
골목 안쪽 너른 공간에 한시(漢詩)가 조각된 비석과 옛 정취를 풍기는 우물, 초가집 등이 들어서 있다. 초가집 안에는 과거 종로의 밤을 장식했던 요정 130여 곳의 미니어처와 기생들이 썼던 가체(加髢), 장식품 등이 전시돼 있다.
이르면 다음달쯤 문을 여는 '종로 근대문화백년 피어나길'이다. 종로 골목 안쪽 990여㎡ 터에 기생 이야기와 옛 풍류문화를 알려주는 요정전시관과 음식점, 개량한복과 옛 교복을 빌려주는 테마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을 기획한 이는 1974년부터 종로 인근 요정업계에 종사한 윤금식(62) 씨. "당시 중·상류층이 누렸던 풍류와 전통문화를 상징하는 스토리텔링 골목을 만들어 잊혀져가는 옛 대구의 밤거리를 되살려보고 싶었습니다."
구한말 일본의 영향으로 생긴 요정은 1908년 관기(官妓 ; 관청에 소속된 기생) 제도 폐지와 함께 기생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접대용 고급 식당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1960년대에는 대구에서만 요정 130여곳에 기생 500여명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지만 1980년대 이후 점차 사라졌다.
윤 씨는 "기생은 당대의 종합 예술인이나 연예인에 가까웠다. 잊혀가는 옛 밤거리의 정취를 후대에 전하는 게 목표"라며 "옛 담뱃갑이나 한복 등 풍류문화를 상징하는 수집품들을 전시하고, 전통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가게들을 입주시켜 근대문화골목의 한 축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개인사업이어서 적극 지원하기는 어렵지만 종로의 역사적 특징을 살려냈다는 점에서 근대문화골목과 연계효과가 높을 것"이라며 "향후 근대골목투어 코스와 함께 소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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