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의 신화는 무너졌다. 배우자로 자수성가한 사람은 별로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경영실패와 부정부패 등 자수성가자들의 자살골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다. 하지만 언론이 만들어낸 휴머니즘 가득한 스토리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똑똑해진 탓일까. 이제 사람들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임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독하게 경쟁자들을 짓밟고 올라섰는가에 주목한다. 좋게 말해 잡초 같은 생명력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습자본주의가 얼마나 나쁜 지에 대해 말하려고 애썼다. 부모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은 전과자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다면서. 자수성가자들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는 타박이 됐다. 금수저들은 사업을 말아먹어도 툭툭 털고 새 사업을 시작하면 됐지만, 자수성가자들이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신화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맨손으로 시작해 성공한 사람들이 잘 빠지는 함정이 있다.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성품이 나쁘게 변할 만한 환경을 갖지 않는다. 반면 간단한 것조차 투쟁해서 얻어야 하는 사람들은 매 순간이 생존경쟁이다. 그런 상황을 버텨내는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기를 포기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성공한 경험에 기반해 강한 자기 확신을 갖게 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나약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또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거칠고 궁핍한 환경에서 살아남았기에 더 강한 아버지에게 느꼈던 소통의 단절, 그에서 오는 절망감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도 잘 드러난다.
대개는 성공을 원하지만 자기 혼자만 살아남은 무인도에서의 생존력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가 주는 혜택은 바로 자유다. 창업을 하든, 기부를 하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한다'며 고기 깨나 사 먹이거나 용돈을 쥐어주려 해도 그렇다.
자수성가 신화를 비판하는 것조차 구태인 시대가 됐다. 차라리 솔직한 절망을 제시하는 편이 환호를 받는다. 샐러리맨의 감동 신화가 디즈니 동화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해피엔딩으로 박제됐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학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빌 게이츠는 '나를 따라하지 말라'고 했다. 대학 학위를 받는 게 성공으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라면서.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