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일로의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에는 한반도 문제를 두고 복잡한 게임에 돌입한 양상이다.
'포스트 6·12' 대북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네 번째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다음 달 '9·9절'을 기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다는 '예보'가 나왔기 때문이다.
8말9초(8월 말∼9월 초)에 이른바 'G2'(주요 2개국)의 최고위층이 잇따라 평양을 찾는 셈이어서 주춤한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지만 정반대의 시각도 나온다. 패권경쟁에 돌입한 미중 사이의 역학적 대립구도를 고려할 때 오히려 상황을 더 꼬이게 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폼페이오 장관의 네 번째 방북 그 자체는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여곡절을 겪어온 북미간 후속협상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先) 비핵화'냐 '선(先) 종전선언'이냐를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북미가 물밑 조율을 거쳐 상당 수준의 접점을 찾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9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그의 4번째 방문을 위해 곧 평양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지난달 3차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빈손 방북' 논란에 휘말렸던 만큼 이번 방북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사전 확약받은 뒤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자리에서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북미 양측 사이에 '빅딜'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의 요구대로 '실질적인'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서고, 미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종전선언에 응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첫 평양행(行)은 가뜩이나 어려운 북미 비핵화 게임을 더욱 복잡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 주석이 취임 후 처음이자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13년 만에 방북길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공식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외교가는 시 주석의 방북을 현재 북미 간에 진행 중인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에 개입하거나 한반도 4자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열세를 보이는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대미(對美) 레버리지'를 키우는 쪽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중국이 북미 간의 후속협상 속도를 늦추거나 개입을 노골화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시 주석의 연쇄 방북 직후에는 국제 최고의 다자외교무대인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본격적인 선순환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폼페이오 방북→시진핑 방북→제3차 남북정상회담→뉴욕 유엔총회'를 전후한 김 위원장의 방미 또는 종전선언 성사 등으로 한반도 외교에 중요한 '굽이'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게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이라는 변수가 본격적으로 작동한다면 9월 유엔총회를 전후한 '한반도 방정식'이 매우 복잡하게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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