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는 못 말려… 안와골절

"절대로 코를 풀지 마라"

김용하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김용하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직장인 박수민(51·가명) 씨는 못 말리는 야구광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은 주위의 만류로 필드에 나가는 걸 많이 참았다. 그런데 요즘 며칠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느낌이 들자 끝내 더 이상 참지 못했다. 동료들과 연락해 직장 일을 마치고 그동안 근질근질 했던 몸을 풀자고 의기투합했다. 한 낮보다는 그래도 해가 진 이후가 야구를 즐기기에 더 낫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주52시간 근무 덕분에 저녁 시간은 한결 여유로웠다.

한창 플레이에 열중하던 박 씨는 그만 날아오는 야구공에 얼굴을 맞고 말았다. 한마디로 눈덩이가 밤텅이가 된 것이다. 눈 주변이 부어오르면서 세상이 두 개로 겹쳐 보였다. "오늘은 재수가 없는 날"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앞이 전혀 안 보이는 것은 아니어서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와 얼음찜질을 한 뒤 병원을 찾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문제는 그날 밤중에 터졌다. 코를 풀고 난 뒤 눈 주변부 부기가 더 심해지고, 압박감이 느껴졌다. 속마저 불편했다. 다음 날 일찍 병원을 들린 결과, '안와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야구공으로 눈을 맞으면 눈동자에 압력이 전해져 안와골절이 발생한다.
야구공으로 눈을 맞으면 눈동자에 압력이 전해져 안와골절이 발생한다.

▶ 안와골절이란?

우리의 눈은 얇은 뼈에 의해 둘러싸여 보호되고 있다. 이것이 안와골이다. 안와골은 우리 몸에서 가장 얇은 뼈로 구성되어 있으며, 섬세한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다. 따라서 쉽게 손상된다. 그러나 쉽게 골절되는 덕분에 오히려 눈동자 자체의 손상을 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 노릇을 해준다. 이런 이유로 눈동자 손상보다는 안와내용물이 골절된 구멍을 통해 흘러내려 위치가 변형되면서 얼굴 변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물론 드물게 충격이 눈동자에 직접 가해져 안구손상이 초래되거나 실명 및 기타 기능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안과적 검사와 치료가 우선이다.)

과거에는 안와골절의 원인 대부분이 교통사고였다. 교통사고 당시 얼굴이 핸들 등에 부딪쳐 큰 충격을 받는 탓이다. 이런 종류의 사고는 에어백이 장착되고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되면서 크게 줄었다. 요즘에는 오히려 박 씨의 사례처럼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즐기다가 안와골절을 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야구·테니스·축구 등 구기운동을 즐기다가 예기치 않게 눈 주위에 공을 맞기도 하고, 권투나 격투기를 하다가 서로 격하게 부딪쳐 얼굴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일부는 넘어지면서 각종 물건에 부딪쳐 안와골절이 발생하기도 한다.

▶ "절대로 코를 풀지 마라"

안와골절이 의심되면 코피가 나더라도 절대로 코를 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눈을 둘러싸고 있는 안와골은 안구와 상악동, 사골동 등과 분리되도록 벽을 만들고 있다. 골절이 생기면 이 벽이 무너지고, 코를 풀면 공기가 골절된 부위를 통해 안와 내부로 들어가게 되며, 이렇게 공기가 안와 내부에 들어오면 눈이 부풀어 오르고 출혈이나 추가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눈 주위에 외상을 입으면 눈 주변이 붓고, 안구 내 출혈과 겹쳐 보이는 복시 증상 등이 주로 나타난다. 이때는 다친 부위의 눈을 뜨지 않도록 보호대를 착용하고, 눈에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함부로 지혈하지 말고 깨끗한 수건으로 살짝 덮은 뒤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안와골절을 가장 확실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CT촬영(안와 전산화단층촬영)이다. 일반 X-레이 같은 단순 방사선 촬영만으로는 골절 부위, 뼈 파괴 정도, 안와 연부 조직의 탈출 정도, 주변의 동반 골절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안와골절 수술 전
안와골절 수술 전

안와골절 수술 후
안와골절 수술 후

▶ 수술은 반드시 2주 안에!

골절 정도가 심하지 않고 시력이상이나 안구운동제한이 없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눈 주위에 얼음찜질을 하고 진통소염제를 사용한다. 눈 주변부 출혈과 겹쳐 보이는 현상은 보통 1주일 이내에 저절로 없어진다. 그러나 안구함몰의 위험이 있거나, 안와 내용물이 골조각 사이에 끼인 경우 또는 겹쳐 보이는 현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눈은 좁은 공간에 복잡한 구조물이 밀집되어 있다. 따라서 수술 시기는 외상 후 생긴 부종이 가라앉은 1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가 좋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경우 드물게 눈동자 근육이나 연부조직이 골절 부위에 끼이는 수가 있는데, 이때는 발견 즉시 빨리 수술해 풀어주어야 한다.

수술 없이 2주가 지나게 되면 흉터조직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안와조직이 변형된 위치에서 굳어지며 주변조직에 들러붙어 교정이 어려워진다.

수술은 하안검성형술 절개법이나 눈 안의 결막절개법을 시행해 골절된 구멍으로 빠져 변형된 안와내용물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킨 뒤, 얇고 견고한 인공물이나 자가골로 안와골을 만들어 넣어 안와를 재건해 준다. (그림)

수술 직후 부종에 의한 일시적 불편함은 있지만 대부분 빠른 시간 내에 눈의 증상이 좋아지고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수술 후 한 달 간은 코풀기나 눈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 외모변형 우려, 초기 전문가 진단 필수

안와골절은 단독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흔히 코뼈 골절과 함께 발생하고 광대뼈 골절과 동반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경우의 안와골절은 얼굴 외모의 변형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면골절을 다루는 성형외과에서 수술적 치료를 한다.

김용하 영남대 교수(성형외과)는 "안와골절을 절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한쪽 눈만 퀭하게 들어가 보이는 안구함몰증이나 안구 주변조직의 변화로 눈동자 위치가 아래로 변화하는 안구이소증, 눈꺼풀 크기가 달라지는 등 얼굴 모양에 이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이것이 심각한 사회적 심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때문에 섣부르게 자가진단을 하지 말고 사고 초기 단계에 전문가를 찾아 올바른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움말 김용하 영남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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