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값보다 수리비가 더 나와…'전연령 렌터카' 주의보

미성년자도 빌릴 수 있어 사고율 높고 수리비는 덤터기

자동차운전면허만 있으면 나이에 상관없이 차량을 빌릴 수 있는 ‘전(全)연령 렌터카’가 높은 사고 위험과 수리비 폭탄 등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운전에 서투른 미성년자도 렌트할 수 있어 사고 위험이 높은데다, 일부 업체들이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하는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대구의 한 전연령 렌터카 업체에서 중형 승용차를 빌린 이모(19) 군은 수십만원의 수리비를 물어야했다. 사흘 뒤 차량을 반납하려 찾아갔더니 업체측이 “범퍼 아랫부분이 긁혔다”며 수리비 30만원을 요구한 것. 이 군은 “사고를 안냈지만 증거가 없었고, 차를 빌린 사실을 부모님께 들킬까봐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하소연했다. 

일반적으로 렌터카 업체들은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해 21세 이상, 면허 취득 후 1년 이상 경과 등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전연령 렌터카 업체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별다른 조건없이 차량을 빌려준다. 운전 경력이 짧고 서툰 운전자가 많아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대구에서 전연령 렌터카로 등록된 차량의 사고율은 359.8%를 기록했다. 렌터카 1대 당 3.6건의 사고가 났다는 의미다. 이는 만 21세 이상 운전자가 빌릴 수 있는 일반 렌트카의 사고율 36.7%보다 10배나 높다.

전연령렌터카의 사고율은 해마다 증가세다. 2016년 244.4%에서 지난해 282.3%로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렌터카의 사고율은 39.6%에서 38.7%로 오히려 낮아졌다.

사고가 날 확률은 높지만 자차보험 가입은 쉽지 않다. 대구의 한 렌터카업체 관계자는 “전연령 렌터카는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자차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수리비를 요구했다가 보호자와 법적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구 서구에 사는 이모(50) 씨는 미성년자였던 아들이 렌터카를 빌렸다가 수리비로 수천만원을 물어준 사실을 알고 해당 업체를 고소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2016년 당시 만 19세였던 아들은 두 차례에 걸쳐 중형 승용차를 빌렸다. 운전경력이 4개월에 불과했던 아들은 두 차례 교통사고를 냈고, 업체측은 수리비로 총 2천500만원을 요구했다.

부모가 알게될 것을 걱정한 이 씨의 아들은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고깃집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며 어렵사리 수리비를 갚았다.

이 씨는 “출고 3년이 지난 중형차 시세가 1천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수리비가 차값보다 많이 청구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해당 업체측은 “영업소장과 사고 당사자 간에 합의가 끝난 일”이라고 맞섰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렌터카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자차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조심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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