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돌의 변신, 부럽다!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늙지도, 죽지도 않는 선인(仙人신선)이 되는 선약(仙藥) 돌의 변신!

옛사람들은 오래 사는 삶이 큰 바람이었고 장수는 인생의 큰 행복이었다. 먹는 것과 의술 등 모든 여건이 오늘날과 달랐던 터라, 오죽했으면 70세를 넘기는 일도 쉽지 않아 '드물다'는 뜻을 담아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던가. 자연스럽게 나이 70을 '고래희'라 부른 까닭은 그럴 만했다.

인간의 장수 욕망은 선약 구하기로 이어졌다. 옛사람에게 선약의 하나는 꿀이었다. 그래서 꿀벌을 신선의 사자(使者)로 보고 영충(靈蟲)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선약의 첫째가 꿀, 둘째는 녹용, 셋째가 인삼이 선호되었다는 자료는 그런 배경에서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또 다른 선약으로 운모(雲母)가 있다. 오래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선이 된다는 사연을 간직한 돌이다. 이는 흔히 중국에서 복용한 이야기나 도교 사상, 국내 여러 고분에서 출토된 운모의 성격 규명을 통해 추론되고 있다. 삼국시대 옛 무덤에서 가장 많이 출토되는 운모는 경주의 신라 옛 무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처럼 무덤에서 운모가 많이 나온 까닭은 옛사람들이 운모를 넣어 시신이 썩는 것을 막으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운모를 복용하거나 죽은 뒤 함께 묻음으로써 영원한 삶을 꾀하고자 한 듯하다. 짧은 인생에 대한 회한과 오래 살고자 했던 덧없는 바람이 운모에 깃든 셈이다.

이런 운모가 지금 농업에 쓰이고 있다. 경북 청송 부남면의 현석록 농부가 검은 운모 즉 흑운모를 써서 사과와 고추 농사에 큰 효과를 거뒀다는 소식이다. 흑운모 가루를 사과 질병 방제 때 활용하거나 고추씨를 뿌리기 전에 땅에 뿌려 병균의 침범을 막거나 결실에 큰 도움을 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운석 농법은 결코 우연이 아니어서 더욱 돋보인다. 한 대학의 운모 연구 자료를 활용한 결실이다. 흑운모의 병충해 예방 등 여러 효능을 알고 이를 농업에 도입한 결과였다. 연구 자료 더미 속에 '영생의 선약'인 운모를 찾아 '농업의 선약'으로 변신시킨 그의 공부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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