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합리성을 넘는 개성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다양성 상실한 획일적 직장 선호
삶의 질 평가를 연봉순으로 매겨
합리적 결정과 판단 재검토 필요
개성과 가치 추구하는 유행 기대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전직하하듯 낮아졌다고 한다. 취업률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용 회피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받고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여부를 떠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에 정반대의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고갈과 연금보험료 인상 등으로 다들 맘이 편치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높은 청년 실업률과 고용 불안 속에서도, 얼마 전 만난 중소 광고기획업을 경영하는 지인은 적정한 인재를 채용할 수 없어 사업 확장을 포기하고 근근이 유지만 해오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하였다 한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도전하려면 의욕이 넘치고 그 나름 재능을 갖춘 근로자를 채용하여야 하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달라 도대체 적격자를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앞선 지인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고용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구조적 실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 일부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실업 상태로 대기하거나, 원치 않는 근로조건이지만 할 수 없이 일하게 되는 잠재적 실업건도 꽤 있을 것이다. 구조적 실업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바라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대기하는 마찰적 실업이나 잠재적 실업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이나 경쟁력 향상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며, 기업이나 부의 독과점, 고급 인력의 대기업 편중 현상을 가중시키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의 합리적 소비나 선택이 낳은 결과적 오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취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행동은 경제 활동에도 반영되어 부동산이나 상품의 소비, 고용 선택의 양식으로 나타난다. 소비에 있어서는 많은 정보를 검색해 내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가성비'를 좇는 소비자들의 결정은 점점 몰개성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고용 시장에서도 계량화하여 비교해 최적이라 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갖춘 직장이 1차적으로 선호된다. 당연히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최우선 순위다.

다양성을 상실한 획일적인 직장 선호도는 이면의 실력과 능력보다 표면의 학력과 '스펙 쌓기'에 더 치중하는 교육 과정이나 취업 준비 단계로까지 이미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다. 진학률이 좋은 학교나 학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고 최우선적으로 선호되며 그렇지 못한 지역은 외지로 취급된다. 그러다 보니 지방 소도시나 읍면은 심지어 인구 감소로 사라지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삶의 질과 그 지표가 계량화된 직장 연봉이나 근속 가능 연한, 대학 서열 등으로 평가된다.

과연 무엇이 합리적 결정과 판단인지 이제는 아무래도 재검토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단순 비교가 가능한 가격이 아니더라도 상품이 갖는 개성, 상품을 생산 유통하는 기업의 특징까지도 살펴보는 소비가 필요하고, 당장의 근로조건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 불확실성에 도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더 큰 열매까지 내다보며 일자리를 선택하자면 너무 공허한 주장일까?

끝으로, 다양한 가치를 좇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성이 남성과 거의 대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러한 여성의 대등한 사회참여 기회는 곧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남성을 능가함을 의미한다. 가족이 공동으로 선택하여야 하는 교육이나 주거 등의 가장 유력한 소비활동에 있어서는 여성의 선택이 아무래도 결정적이다. 합리적 가격보다는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유행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약력:서울대 법대 졸업. 현 중소기업법률지원단 자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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