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럼프·시진핑, 이번엔 한반도서 '각축'…잇단 '김정은 러브콜'

미중 패권경쟁 '무역'에서 '한반도'로 이동…북한 비핵화 협상 등 셈법·영향 주목

'무역'을 놓고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전장(戰場)을 점차 '한반도'로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러브콜'을 잇따라 보내면서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본격적인 외교적 각축무대로 탈바꿈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는 나를 좋아한다"며 김 위원장과의 '케미스트리'(궁합)를 자랑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추가 회담이 곧 이뤄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비록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이고 시기와 장소 등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분명한 '러브콜'을 보내며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움직임에 대응이라도 하듯, 시 주석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인 다음달 9일 '9·9절'에 맞춰 평양을 방문하려는 움직임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의 부국장급 관리가 최근 평양을 방문해 북한 측 관리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을 정면 부인하지 않으면서 북중간 우호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다음달 3일부터 4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한 직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히 떠오른다.

두 정상이 이처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는데에는 전략적 이해 못지 않게 개인적 정치적 이해도 걸려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내 정치적으로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성과'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취임 이후 안정적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등 경제지표 측면에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들기는 했지만, 주요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회, 사법부, 언론 등과 갈등을 빚었고 국론 분열이 심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시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열세에 몰리면서 맞닥뜨린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미국을 움직일 '지렛대'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막대한 '관세 폭탄' 투하로 열세에 봉착한 시 주석으로서는 상황을 타개할 카드로 북한 비핵화 문제 개입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찌 됐건 G2(주요 2개국)로 불리며 세계 경제와 동북아 안보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의 와중에 북한문제에 '개입'함으로써 '한반도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양측이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무역전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한반도 문제에 있어 논의의 주도권을 거머쥐고 이를 토대로 상대를 압박하려는 '패권싸움'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둘러싼 북미 간 협상에 중국이 '노골적으로' 개입할 경우 예기치 않은 난관이 생길 소지가 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비핵화와 종전선언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고 시 주석의 방북과 제3차 남북 정상회담, 내달 18일부터 시작되는 국제적 다자 외교무대인 유엔 총회를 거치며 종전선언과 같은 '외교적 이벤트'가 만들어진다면 한반도 정세가 선순환 국면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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